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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배당’ 기업, 올해 역대 최대인데 19곳…”갈 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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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1분기 실적 시즌에 분기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는 19곳으로 2003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지주사가 잇따라 분기배당을 결정한 데다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수가 연말·반기 배당을 포함한 상장사의 1% 안팎에 불과해 대부분 기업이 분기배당을 하는 미국 등과 비교해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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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분기배당 결정 19개…2003년 제도 도입 후 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기배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상장사는 19곳으로 집계됐다. 2003년 분기배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21년까지 분기배당을 지급한 상장사는 1분기 기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15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 역대 최대다. 아직 배당 결정을 공시하지 않은 상장사도 있어 분기 배당 기업 수는 더 늘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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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배당금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분기배당을 결정한 19개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은 3조8299억원이다. 2020년 2조6315억원에서 2021년 2조7841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3조7049억원을 기록해 1분기 기준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돌파했다.

최근 분기배당에 나선 기업이 늘어난 건 금융지주사가 잇따라 분기배당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신한지주는 2021년 2분기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했고, KB금융도 지난해 1분기 동참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신한지주는 올 1분기 2744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960억원, 1734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을 위해 정관을 변경한 우리금융지주도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정관 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1분기 분기배당에 나서는 기업 중 배당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삼성전자다. 올 1분기에만 총 2조4522억원을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SK하이닉스(2064억원)와 포스코홀딩스(1897억원), SK텔레콤(1813억원)도 1000억원 이상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쌍용씨앤이(351억원), 예스코홀딩스(256억원), CJ제일제당(160억원) 등도 분기배당을 하기로 했다.

분기 배당금은 삼성전자의 경우 1주당 361원이다. 주가 대비 수익률을 의미하는 시가배당률은 0.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분기마다 1주당 361원씩 배당해 연간 1444원을 배당했다.

올해 1분기 신한지주는 1주당 525원(시가배당률 1.5%)을 배당하고, SK하이닉스는 300원(0.3%), KB금융은 510원(1.1%), 포스코홀딩스 는 2500원(0.8%)씩 배당하기로 했다. 예스코홀딩스의 1주당 배당금은 6000원으로, 시가배당률이 무려 18.05%에 달했다.

분기 배당 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하며 주주환원 정책 확대 요구가 이어지자 분기배당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서다.

KT&G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플래쉬라이트캐피탈(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을 변경했다. 현대차도 올해 2분기부터 배당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바꿔 1년에 네 번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선 같은 금액이라도 배당금을 1년에 한 번 받는 것보다 연중 4번에 나눠서 받는 것이 현금 흐름 등의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주주 편익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며 기업도 분기배당으로 투자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S&P500 기업은 80%가 분기배당…한국은 갈 길 멀다"

기업의 분기배당 정책은 일반적으로 장기투자를 촉진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가 우량 기업에 투자하면서 분기별로 꾸준히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 대신 장기간 투자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 상장사 대부분 1년에 한 번만 배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결산배당 기업 수는 1173개에 달했다. 한국의 이런 배당 문화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도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이 분기배당을 비롯한 중간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며 “주식 투자를 통해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도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게다가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상장사들조차 상당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이익을 나누려는 의도보다는 대주주의 자본금 회수를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분기배당을 해온 국내 상장사 중 한온시스템·쌍용씨앤이·케이카(한앤컴퍼니), 한샘(IMM프라이빗에쿼티), 삼양옵틱스(LK투자파트너스) 등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여서 이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이 부진해도 배당을 자주 한다면 오히려 기업 가치 향상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스코홀딩스의 경우엔 올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결정했는데, 오너일가의 증여세 납부를 위한 일회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종목 중 80% 기업이 분기배당 정책을 택하고 있으며, 일부는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국처럼 일부 지배주주가 회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만큼 주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 주주의 요구에 따라 분기나 월 단위로 배당을 나눠서 하는 게 관행이 됐다”며 “국내에도 분기배당이 확산하려면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경영자의 선관주의 의무가 강화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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