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정재도 찾았다…오드리 헵번이 서 있던 '그곳'의 변신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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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리뉴얼 오픈한 미국 뉴욕의 ‘티파니 랜드마크’ 모습.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메인 플로어. [사진 티파니]

검은 머리를 아름답게 틀어 올리고 검정 선글라스를 낀 앳된 얼굴의 여인이 한 손엔 커피를 다른 한 손엔 크루아상을 들고 뉴욕 길거리에 서 있다. 그가 빵을 뜯어 먹으며 응시하는 곳은 한 보석 매장의 쇼윈도다. 지금까지도 세기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1961년작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의 한 장면이다. 오드리 헵번(사진)이 자신의 검정 드레스를 입고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는 이 장면을, 디자이너 지방시는 “가장 위대한 패션의 순간”이라 불렀다고 한다. 헵번이 바라보고 있던 보석 매장은 영화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앤 코’(이하 티파니)다.

3층 러브 앤 인게이지먼트 공간. [사진 티파니]

영화에서 지방시의 검정 드레스를 입고 오드리 헵번이 서 있던 바로 그곳, 뉴욕 5번가에 있는 티파니의 플래그십 매장이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 더는 이곳은 하나의 ‘매장’이 아니다. 공간의 이름은 ‘티파니 랜드마크’. 여느 부티크 매장처럼 제품을 판매하긴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 티파니의 중추란 의미다. 티파니 랜드마크는 뉴욕에 존재하는 가장 큰 부티크 중 하나가 될 예정으로,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주얼리 제품과 예술 작품들이 전시된다. 지난 4월 28일엔 전 세계의 브랜드 앰배서더와 스타들이 티파니 랜드마크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에 모였다. 이 자리엔 지민과 지코, 영화배우 이정재가 함께 했다.

티파니는 1940년 처음 플래그십 매장의 문을 연 이래 처음으로 전면적인 개조를 시도했다. 티파니 랜드마크 외벽에 있는 아틀라스 조각상과 시계 등 상징물들은 유지하되, 매장 내부는 티파니의 과거와 미래, 역사적인 주얼리와 현대의 주얼리 등 상반되는 요소들을 접목시켜 구성했다. 안소니 레드루 티파니 최고경영자(CEO)는 “5번가의 상징이 되는 랜드마크의 리뉴얼 오픈은 우리 티파니 하우스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랜드마크는 티파니를 대표하는 장소면서, 매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최첨단의 예술과 디자인, 비교할 수 없는 서비스로 고객을 맞이하며 이 기회를 통해 전 세계 럭셔리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 밝혔다.

엘사 퍼레티의 주얼리 디자인에서 영감 받은 크리스털 나선형 계단. [사진 티파니]

티파니 랜드마크는 두 명의 걸출한 건축가에 의해 완성됐다. 한 명은 바니스 뉴욕, 조르지오 아르마니 뉴욕, 샤넬 긴자 타워, 디올 30 애비뉴 파리 등 백화점과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을 만든 전설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다. 그가 재해석한 건물 내부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제작된 천장 창문부터 시작한다. 공간의 전체를 가로지르는 천장 창문은 마치 보석의 깎인 면처럼 생겼는데, 이는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티파니의 유산과 권위를 보여주는 동시에 좋은 채광 환경을 만들어 전시된 주얼리를 더 반짝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메인 층에서 지상 층으로 한층 올라가면, LED 스크린이 자동으로 켜지며 센트럴 파크와 맨해튼의 너른 스카이라인을 보여준다. 순식간에 방문객을 뉴욕의 풍광에 몰입시킨 LED 스크린은 순식간에 거울이 돼 방문자의 모습을 투영한다. 건물 바닥은 초기 플래그십 매장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쪽마루 나무로 마감했다. 8층·9층은 랜드마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컨셉의 전시를 선보일 박물관 겸 전시 공간이다. 희귀 다이아몬드 워치와 한정판 홈 오브제, 티파니 아이웨어 등이 랜드마크 오픈을 기념해 전시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티파니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보유한다. 특히 티파니가 가진 128.54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선보인다.

또 다른 건축가는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의 협업 1순위로 꼽히는 시게마츠 쇼헤이다. 그와 그가 이끄는 건축회사 ‘OMA 뉴욕’은 기존 건물 위에 3층 규모의 유리 건물을 증축하고, 핵심 순환 시설을 개조했다. 특히 1980년 기존 건물에 증축한 사무 공간을 루프탑으로 개조했는데, 이 공간은 서로 다른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로 연결된 독특한 건물 구조를 이루고 있다. 랜드마크 중심부에는 티파니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엘사 퍼레티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투명한 대형 크리스털 나선형 계단이 자리 잡고 있다.

하이엔드 주얼리의 공간에 예술이 빠질 수 없다. 랜드마크에는 전체 10개 층에 걸쳐 티파니가 랜드마크를 위해 특별히 의뢰한 작품들과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슈나벨, 라시드 존슨, 안나와이언트, 다니엘 아샴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 등 40여 점의 예술 작품이 전시됐다. 건물 내부에 있는 티파니의 ‘더 블루 박스 카페(The Blue Box Cafe)’는 미슐랭 2스타에 빛나는 스타 셰프 다니엘 불뤼가 티파니에서의 특별한 다이닝을 제공한다. 다니엘 불뤼는 뉴욕에만 7개의 지점을 가진 레스토랑 ‘다니엘’의 오너 셰프로 계절에 따라 다른 브런치와 티 서비스도 선보인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