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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대출 고삐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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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돈을 빌리기보다 맡기는 사람이 많았던 분위기가 최근 정반대로 바뀌었다.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출액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예금액은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는 미국이 긴축정책을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다시 늘기 시작한 대출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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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지난달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은 15조3717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4월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9조714억원)과 비교해 69.4% 증가한 수치다.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18조4028억원)이 1년 전(9조9172억원)과 비교해 85.5% 급증한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대출이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이 1년 새 다시 큰 폭으로 는 것은 주택시장의 회복 조짐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신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하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영향에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3·4월 5대 은행이 새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92.9%와 7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33%와 30%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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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다시 늘었지만, 돈을 맡기는 사람은 반대로 줄었다. 예금은행의 지난달 말 전체 수신 잔액은 2204조9000억원으로 3월 말(2218조3000억원)과 비교해 13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출이 늘고 예금이 줄어든 주요 이유는 금리가 이전보다 낮아져서다.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였다. 금리 하단이 올해 초(1월 6일)와 비교해 1.140%포인트 하락했다.

대출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도 큰 폭으로 내려갔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는 현재 연 3.40~3.8%다. 지난해 11월 한때 5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최고 5%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최근 4%대 예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출과 예금금리가 큰 폭으로 내린 이유는 미국의 긴축정책이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지역 중소은행 위기에,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까지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14일 오후 5시(한국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84.5%에 달했다. Fed가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적절한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란 문구를 삽입한 것도 금리 동결 기대를 부풀렸다.

이런 기대감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의 지표금리가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올해 초(1월 6일)과 비교해 0.684%포인트(4.527%→3.843%) 내렸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0.78%포인트(4.34%→3.56%)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물가 상승 압박이 다시 커진다면, 기준금리를 다시 높여야 할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결정에서 Fed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기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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