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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중의 흥, 세계서 가장 열정적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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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5년 만에 내한해 서울시향과 비외탕 협주곡을 들려준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5년 만에 내한해 서울시향과 비외탕 협주곡을 들려준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한국 청중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입니다.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흥(excitement)이 있죠. 젊은 관객들도 많고요. 2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 이후 첫 방한이라 기대됩니다.”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의 말이다. 14세에 데뷔해 40년 넘게 세계 청중을 사로잡고 있는 그는 그래미상(최우수 독주자 부문, 2001)은 물론 영화 ‘레드 바이올린’으로 아카데미상(1998)까지 받았다.

벨이 오는 18,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 서울시향과 쇼송 ‘시’와 비외탕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음악감독으로 재임중인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내한한 지 5년 만이다. 서울시향과는 첫 협연이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벨은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피아니스트 쇼팽의 협주곡이 피아니스틱(pianistic)하듯 바이올리니스트 비외탕의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잘 알고 썼기 때문에 오페라처럼 극적이면서도, 연주자에게는 인체공학적으로 다가온다. 쇼송의 곡은 아름답다. 듣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하고 고양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승인 조지프 깅골드가 비외탕의 제자이기에 벨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벨은 스승을 통해 하이페츠·크라이슬러·밀스타인 등 과거 거장들의 연주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깅골드 선생님은 배타적이지 않았어요. 다른 분야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니 바이올리니스트 뿐 아니라 첼리스트·피아니스트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 권하셨죠. 저도 젊은 연주자들이 독주만 추구하지 말고 실내악·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해요.”

굴지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ASMF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을 담당한 네빌 마리너가 창단했다. 1959년부터 세인트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을 이끌었던 마리너(2016년 별세)에 이어 벨이 지난 2011년 단원들에 의해 음악감독에 추대됐다. 바이올린 연주뿐 아니라 지휘 실력도 인정받은 결과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지휘와 협연을 겸하는 연주는 많았지만, 조슈아 벨처럼 지휘자, 협연자, 악장, 세 가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음악감독은 드물다”고 극찬한 바 있다.

확장성 풍부한 연주가답게 벨은 “호기심이 강해 다른 문화권과 작업을 즐긴다”고 했다. 특히 “재즈나 컨트리 음악가들과 연주하며 리듬이나 표현, 즉흥연주에서 배울 점을 체크한다”고 소개했다. 올여름에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천강&허정하오의 ‘나비 연인’ 협주곡 음반을 발매하는 게 그래서 낯설지 않다. 쑹예가 지휘하는 싱가포르 중국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존 코릴리아노의 ‘레드 바이올린’으로 대표되는 동시대 음악 연주 또한 벨이 중시하는 부분이다. 벨은 ‘디 엘리먼츠’라는 곡을 다섯 명의 미국 작곡가에게 위촉했다. 불·물·땅·공기·대기를 주제로 각각 한 악장씩 쓰도록 한 이 작품을 오는 9월에 초연한다.

벨은 아내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스와 함께 팬데믹 기간 동안 ‘보이스 앤 바이올린’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했다. 바이올린과 목소리의 듀오 연주다. 그는 “바이올린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기에 목소리의 뉘앙스를 다루는 법을 바이올린에 적용할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된다”고 했다.

“라리사의 취미가 한국 TV쇼와 드라마 시청이에요.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열렬한 팬이죠. 이번에 동행하지 못해 아쉬워했는데 다음에는 꼭 함께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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