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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국회에서 다시 논의…통과 가능성 ‘여전히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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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한다. 일정 수준 이상 나랏빚이 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제도인데 여야 의견 차이가 커 국회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뉴스1]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뉴스1]

국회 기재위 소위에서 재정준칙 법안 재논의 

14일 국회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15~16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관리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 사회보장기금 제외) 적자 규모는 3% 이내, 국가채무 비율은 60% 이내로 묶어두는 제도를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인 38개 선진국 가운데 한국과 튀르키예만 재정준칙을 도입한 적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재정준칙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국회 장벽에 번번이 막혔다. 지난 3월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도 열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기재위에서 재논의를 한다고 해도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도입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업 등을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재정준칙 법안과 묶어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는 국민의힘이 반대했다.

총선 앞두고 재정준칙 법제화 불투명 

내년 총선도 재정준칙 앞을 가로막고 있다. 보통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수요가 쏟아진다. 정부 지출과 채무에 상한선을 두는 재정준칙 도입에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소위에 상정된 52개 법안 가운데 재정준칙은 사회적경제기본법ㆍ국가채권관리법ㆍ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밀려 한참 뒤 순서인 44번째로 논의된다. 15일 오후 3시 시작하는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덮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기재부는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국회 논의 시작에 앞서 막판 여론전에 나섰다. 기재부는 참고자료에서 “미래 대비 재정 여력 비축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며 “법제화 시 재정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며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 국채 금리 안정에 따른 국가채무 이자 부담 완화 등 순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재부 “한국ㆍ튀르키예 뺀 선진국 모두 도입 경험”

재정준칙을 시행하면 복지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의무지출이 대부분인 복지 지출은 예산 편성 시 우선 반영되기 때문에 준칙 도입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작다”며 “핀란드ㆍ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한국보다 엄격한 준칙을 운영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복지 지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앞서 재정준칙을 도입한 독일과 덴마크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감소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도입 경험이 없다”고 짚었다.

재정준칙을 둘러싼 당정 줄다리기와 별개로 정부의 재정 여력은 점점 줄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54조원에 이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쌓였다. 같은 기간 국세 수입(세수)은 전년 대비 24조원 급감했다.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덜 걷히는 ‘세수 펑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ㆍ중반으로 추락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구멍난 나라 살림 탓에 정부가 돈을 추가로 풀어 경기를 되살리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지나치게 많이 걷힌 세금을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다시 풀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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