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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가구 월계 아파트 올해 거래 '0건'…서울 아파트 '거래절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구 남산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일부 대단지에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서울 중구 남산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일부 대단지에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연초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1월 이후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강동, 용산, 노원, 동작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간 아파트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거래량 회복을 동반한 집값 반등은 아직은 서울 주요 지역의 일부 대단지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14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네이버 부동산 등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거래가 단 한 건이라도 이뤄진 서울 아파트 단지는 254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9795건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단지(분양 전 아파트 제외) 1만342곳 가운데 4분의1(24.6%)에서만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마저도 절반 가까이는 올해 거래가 단 한 건(1157곳)만 이뤄졌다. 한 달에 평균 한 건(4건) 이상 거래가 이뤄진 곳은 640곳으로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서울 대부분 아파트는 아직 ‘거래절벽’ 상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패닉바잉(공황매수), 영끌매수(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 매수) 붐이 불어닥친 2020년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8만979건으로 거래가 한 건 이상 이뤄진 단지는 6663곳이었다. 특히 2020년 한 해 동안 120건 이상(월 평균 10건 이상)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는 61곳에 달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의 경우 1년새 3830가구 가운데 약 10%인 385가구가 손바뀜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거래량이 4만1989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서울 5721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시작되고, 집값 급락세가 이어진 지난해에는 한 건 이상 거래된 단지가 3653곳으로 크게 줄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로 2002가구의 노원구 월계동 월계주공 2단지(1992년 입주)는 지난해 11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이 단지는 2020년 136건, 2021년 90건이나 거래됐는데, 올해는 아직 계약서를 작성한 가구가 없다.

이 아파트 전용 44㎡는 2021년 최고가(5억4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낮은 3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가끔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재건축 및 주변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자금 대출도 활용할 수 있지만 거래는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2단지(919가구)도 2020년 67건, 2021년 35건이나 거래되며 패닉바잉 붐이 일었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강동구 성내동 성내삼성(1220가구), 관악구 신림동 신림삼성(492가구), 노원구 월계동 사슴3단지(884가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인기 지역 일부 대단지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며 2020~2021년 수준까지 회복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도 지난해(71건)의 두배인 141건이 거래되며 2021년(169건)과 비슷해졌다.

신천동 파크리오(6864가구) 85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76건,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3658가구) 55건 등도 최근 거래가 많았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는 건 지난해 말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일부 대단지의 얘기”라며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경기 침체, 고금리 등 대외변수도 녹록지 않아 집값 상승 전환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지만, 아직 2018~2019년 초반 수준이다. 아파트값의 본격 상승을 논하려면 거래량이 최근 5년 월평균 수준인 5000건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면 거래량 증가와 함께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상승한 거래가 늘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가격이 다소 오르면서 거래가 다시 줄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오히려 느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초 5만513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145건으로 27.0% 늘었다. 한 달 전(6만1924건)보다도 3.5%(2221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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