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가는 문어발 같았다”…삼성 ‘사지TF’에 쏠린 눈

  • 카드 발행 일시2023.05.15

2005년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비밀 프로젝트팀이 꾸려졌다. 목표는 오직 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TV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은 상품을 기획한 뒤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에 맞게 제품을 개발해 마지막에 마케팅과 가격 전략을 세우지만 이번에는 모든 과정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고민하며 진행하기로 했다. 디자인·상품 기획·회로·패널·구매·소프트웨어·마케팅 등 관련 부서 임직원 11명이 차출됐다.

수원사업장의 VIP(가치 혁신 프로그램·Value Innovation Program) 센터에 둥지를 튼 이들은 제품 개발에 앞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팀원들은 공장 기숙사를 개조한 건물에서 밤늦게까지 회의를 이어가다 그대로 잠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꺼져 있는 TV는 무엇일까요.” 그 말이 맞았다. 실제로 TV는 하루 중 꺼져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소비자가 거실 내 다른 가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TV를 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팀원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렇게 ‘TV를 가구처럼’이라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이후 1년간의 연구 끝에 완만한 V 자 모양으로 처리한 TV 하단부와 와인잔 모양의 받침대, 스크린 밑으로 숨은 스피커 등 틀을 깨는 기술과 디자인의 ‘보르도 TV’가 만들어졌다.

‘삼성전자의 뿌리’로 불린 이 사업 

보르도 TV는 2006년 출시 이후 연간 1000만 대 이상 팔리며 세계 TV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TV 사업 시작 34년 만의 쾌거였다. 삼성전자는 이때부터 글로벌 TV 시장 정상에 올라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TV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개발과 판매 과정에 관여한 윤부근 당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개발팀장, 김현석 LCD TV개발그룹장, 한종희 개발3랩장 등 세 사람은 모두 사장·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