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루키 방신실 KLPGA NH 투자증권 아쉬운 역전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신실. 사진 KLPGA

방신실. 사진 KLPGA

임진희가 1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의 수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임진희는 최종라운드 4언더파 68타, 합계 15언더파로 박지영(14언더파)을 한 타 차로 제치고 통산 3승째를 기록했다.

경기 막판까지는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19세의 루키 방신실이 가장 돋보였다. 숲을 넘겨 질러 그린에 볼을 올리고 페어웨이 나무 밑에서 샷도 멋지게 해냈다. 이번 대회 300야드에 가까운 티샷을 친 KLPGA 투어 최고 장타자지만 웨지의 거리 컨트롤 능력도 빼어났다.

방신실은 15번 홀, 80m를 남긴 두 번째 샷을 2.3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16번 홀에서 방신실은 그린을 놓쳤지만 파 세이브를 해내 우승 고지 80% 능선을 넘었다. 경기를 마친 박지영과 한 타, 임진희를 비롯한 경기 중인 선수들과는 두 타 차였고 17번 홀은 장타자인 방신실이 유리한 파 5홀이었다.

그러나 우승을 다잡은 것 같은 순간 실수가 나왔다. 17번 홀 방신실의 티샷은 살짝 훅이 나 숲으로 들어갔다. 깊이 들어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쉽게도 볼은 찾지 못했다. 방신실은 볼을 잃어버렸을 경우에 대비해 친 프로비저널 볼로 경기해야 했다. 기세가 꺾인 방신실의 네 번째 샷은 잘 맞지 않은 듯했고, 다섯 번째 샷도 홀 옆에 붙이지 못했다.

통산 3승째를 기록한 임진희. 사진 KLPGA

통산 3승째를 기록한 임진희. 사진 KLPGA

더블보기를 무너지는 듯했으나 방신실은 열 걸음 정도의 먼 거리 퍼트를 쑥 집어넣으면서 또 다른 반전 드라마를 썼다. 방신실은 17번 홀을 보기로 막아 14언더파로 박지영, 임진희와 공동 선두였다. 마지막 홀에서 승부를 볼 수 있었다.

18번 홀 방신실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놓쳤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을 할 때 운이 없었다. 그의 샷은 플라이어(클럽과 볼 사이에 잔디가 끼어 회전이 줄고 볼이 더 멀리 날아가는 현상)가 났는지 그린을 넘어가 버렸다. 방신실은 파 세이브를 하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두 홀에서 보기-보기를 해 이예원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진희는 마지막 두 홀에서 버디-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방신실은 별명이 방실이다. 부모님이 많이 웃으라고 이런 별명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웃지 못했다.

아버지가 태권도 선수 출신인 방신실은 키고 크고(1m73㎝) 운동능력도 뛰어나 어릴적부터 여자 골프 아마추어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굴곡도 있었다. 2년 전 갑상샘 항진증을 앓아 몸무게가 10㎏ 빠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가 됐으나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잠시 길을 잃었다.

지난해 KLPGA 투어 시드전에서는 40위에 그쳐 조건부 시드를 받는 데 그쳤다. 시드전이 열리는 코스가 장타자인 방신실에게 맞지 않아 그랬다는 평가도 있지만 방신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순위였다.

방신실은 올해 KLPGA 모든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드림투어(2부투어)에 더 많이 나가고 있다. 방신실은 그 와중에도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4월 말 끝난 KLPGA 1부 투어 데뷔전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경쟁을 하다가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번 NH투자증권은 그의 세 번째 참가 대회다. 방신실은 3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방신실이 KLPGA 투어에 정착하려면 우승 경쟁이 아니라 우승이 필요하다. KLPGA는 전체 대회 중 50% 이상 참가하지 않으면 성적이 좋아도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잘 해도 다음 시즌 출전권을 주지 않는다. 방신실은 이번 시즌 1부 투어는 10개 정도만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외는 단 하나 우승이다. 방신실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곧바로 정식 출전권을 받게 되고 김민별, 황유민 등과 벌이는 신인왕 경쟁에 나설수 있다.

방신실이 우승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신실은 지난주 드림투어 4차전에서 우승경쟁을 했는데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