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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배 비싸도 없어 못판다, 1년 딱 열흘 생산되는 '귀한 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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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노란 불청객’이 날아든다.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다. 바람을 타고 온종일 흩날린다. 창문도 열지 못하고, 세차를 결심하게 하기도 한다. 송홧가루는 참나무 꽃가루보다 알레르기 유발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날리는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비염을 달고 살 거나 안과 질환 환자에겐 왠지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염전에선 귀한 몸

하지만 송홧가루를 반기는 곳이 있다. 바로 바닷가에 조성된 염전이다. 송홧가루가 염전에 살포시 내려앉아 천일염과 어우러지면 귀한 ‘송화소금’이 된다. 생산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데다 가격도 일반소금보다 비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날씨만 맑으면 되니 이처럼 손쉬운 일도 없다.

다만 송화소금은 만드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매년 5월 짧게는 열흘에서 길어야 보름 정도만 생산이 가능이다. 인공으로 만들 수도, 가져올 수도 없기 때문에 송홧가루가 날리는 기간에는 모두 하늘만 쳐다본다. 이즈음 비라도 내리면 말 그대로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되는 셈이다. 염전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송홧가루가 우리에게는 가장 반가운 손님’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충남 태안에선 지난 3일부터 송화소금 생산이 시작됐다. 15일까지 열흘 정도다. 다행히 이 기간에는 비 소식이 없다고 한다. 소나무가 많은 충남 태안 바닷가 염전에선 송화소금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태안군 근흥면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는 주민들은 “일반소금보다 맛이 달짝지근한 게 특징”이라며 “생산자 입장에서야 많이 만들고 싶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지역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지역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단백질·탄수화물 풍부, 비타민도 다량 함유 

송홧가루는 천일염에 독특한 풍미를 가미해 송화주·송화강정·다식 등을 만드는 데도 이용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C도 다량 함유돼 있다. 칼슘과 비타민 B1·B2·E도 풍부해 인체의 혈관을 확장하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송홧가루에 포함된 ‘콜린’이라는 성분은 지방간을 해소하고 노화 방지,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태안반도 천일염이 더해져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풍미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일반 소금보다 6.8배 비싸

태안지역 송화소금은 10여 년 전부터 생산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송홧가루를 이용해 특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천일염은 1포대(10㎏들이)가 2만2000원 정도에 팔리는 데 송화소금은 15만원가량에 거래된다. 일반소금보다 6.8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지역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금리의 염전애서 지역 특산품인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 송화소금은 온라인과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인기가 많은 효자 특산품”이라며 “우수한 효능에 맛도 좋은 송화 소금을 많은 분이 맛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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