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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부수, 이화영 라인 잡았다…北송금 재판 '갑툭튀' 국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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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쌍방울과 김성혜 김성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실장이 만나는 걸 국정원에 얘기했나?”(4월 25일 이화영 측 변호인)
“경기도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주지 않아 김성혜가 난처해 했다는 건 중요한 정보같은데. 국정원에도 보고했나?” (5월 9일 검찰)
“다 보고했다”(5월 9일 안부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서 ‘국정원’이 부각되고 있다. 이 재판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북한 접촉 사실 등을) 국정원에 모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다. 이 전 부지사가 제기된 모든 의혹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대북송금 인지 여부와 등장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갑툭튀’ 국정원, 이화영 “안부수 소개했다”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국정원이 처음 언급된 것은 지난 1월 16일 열린 5차 공판에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아태협 직원 A씨에게 “안 회장이나 쌍방울 사람들이 중국에서 북한 사람 만나고 국제대회 열리는 것 전부 통일부에 신고하고 국정원에서 감시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쌍방울이 북한에 전달한 800만 달러가 경기도 사업비(스마트팜 500만 달러, 경기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대납한 것이라면 국정원이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는 의미의 질문이다.

 2019년 7월 2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왼쪽) 등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2019년 7월 2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왼쪽) 등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후 재판에서도 국정원은 계속 언급된다. 이 전 부지사는 안 회장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부터 국정원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8월 방북해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개최권 등을 확보한 안 회장은 경기도에 사업을 제안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안 회장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 B씨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B씨는 이 전 부지사와 동향으로 먼 친척이라고 한다.

안부수, 쌍방울 만난 뒤 라인 갈아탔다 

안 회장은 국정원 대북 요원으로 관리됐다고 한다. 그는 2018년 평양이나 중국 선양·단둥을 방문할 당시 국정원 법인카드로 출장 경비를 사용했다. 당시 김성혜에게 붉은 스카프를 선물했는데 이것도 국정원 공작비로 샀다. 대신 대남 공작원 리호남과의 만남을 국정원에 보고하고 동태를 파악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등 국정원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아태협 관계자는 “국정원은 안 회장이 북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며 “2018년 말까진 안 회장이 중국이나 북한을 오갈 때 국정원에서 차량을 제공하고 공작비·여비 등도 줬다”고 말했다. 당시 안 회장을 관리한 국정원 요원이 B씨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왼쪽) 회장과 영화 공작의 실존 인물인 북한 특수공작원 리호남(이호남·본명 리철, 오른쪽)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안 회장은 리호남과 만난 직후인 같은해 12월26일 북한 평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7만달러를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독자 제공

2018년 12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왼쪽) 회장과 영화 공작의 실존 인물인 북한 특수공작원 리호남(이호남·본명 리철, 오른쪽)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안 회장은 리호남과 만난 직후인 같은해 12월26일 북한 평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7만달러를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독자 제공

그러나 국정원과 안 회장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친분을 맺은 안 회장은 2019년부터 국정원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태협은 2019년 1월 쌍방울그룹의 서빙고 사옥에 입주했다. 안 회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29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쌍방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국정원이 좋아하지 않아서 2019년부터 관계가 소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쌍방울에서 사옥에 사무실도 내주고 각종 후원금도 주니 안 회장이 벌크 머니(뭉칫돈)를 따라서 안전한 국정원과 결별하고 이화영-김성태 손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2018년 11월 국제대회에선 국정원과 통일부 직원이 북측 인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대화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봐 이해찬 전 대표가 역정을 냈다”며 “하지만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국제대회는 안 회장이 국정원과 멀어진 이후 열린 탓에 감시하는 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 증인 출석?

이 전 부지사 측은 국정원 관계자를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언급된 국정원 직원 B씨나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주장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북한에 거액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국정원이 전혀 모를 수 없고, 현재 쌍방울 관련 인사들과 안 회장의 증언 외에는 증거가 없는 상태라 국정원 인사를 증인으로 부르자는 것”이라며 “현재 B씨와 연락이 닿질 않는 상황이고 국정원에서 증인으로 나설 수 있게 협조할지도 의문이라 서 전 안보실장을 증인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 사건의 본류는 국정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은 보안 기관이라 본인들과 관련 없는 사건의 증인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은 국정원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국정원 관련자에 대한 증인 신청 등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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