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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 냉장고 넣으면 맛없다?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 [비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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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

제주도의 돌담. 사진 언스플래시

제주도의 돌담. 사진 언스플래시

제주도는 물이 귀한 화산섬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지대가 빗물이 하천으로 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삼켜버리기 때문이에요. 이따금 암석의 틈을 통해 용천수(湧泉水)가 솟아 나오면, 사람들은 이 샘을 '산물(산에서 온 물, 혹은 살아 있는 물)'이라 부르고 인근에 부락을 이뤄 보물처럼 아꼈어요. 물허벅(물동이), 물구덕(물허벅을 넣어 지고 다니는 바구니), 물팡(물허벅을 놓는 돌 선반) 등 육지엔 없던 물 문화도 생겼죠.

그런데 알고 보면 제주도는 그 어디보다 물이 풍부한 곳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땅 위에 흐르는 물이 없었을 뿐, 보이지 않는 땅 밑에선 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거든요. 토목 기술의 발전으로 제주도는 자연 정수된 깨끗한 생수를 맘껏 마시고 이를 육지로도 공급하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오늘 비크닉은 제주도라는 거대한 천연 정수기가 만든 물, '제주삼다수' 이야기입니다.

밥보다 물 귀한 제주…땅 파니 지하수 쏟아졌다

제주삼다수 공장 내 물탱크. 공장은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해 있다. 사진 박영민

제주삼다수 공장 내 물탱크. 공장은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해 있다. 사진 박영민

삼다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12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을 찾았어요. 제주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 한라산 중턱의 공장 입구에 들어서니 제주삼다수 로고를 붙인 커다란 은색 물탱크가 보였어요.

공장 안에선 물병을 생산하는 라인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어요. 제주도엔 공병을 만드는 업체가 없습니다. 육지에서 수급하려면 유통비가 더 들기 때문에 직접 병을 만드는 거죠. 원수(原水)를 여과 처리해 병에 집어넣고, 검사 후 라벨을 붙여 출하하면 우리가 아는 생수가 완성됩니다. 연평균 생산량만 100만t에 달하죠.

1995년 12월 제주개발공사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지하에서 먹는샘물을 취수하고 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1995년 12월 제주개발공사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지하에서 먹는샘물을 취수하고 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삼다수의 시초는 1995년 12월 이 공장 인근 지하 420m에서 취수한 화산 암반수였어요. 천연 지하수의 존재를 확인한 제주도가 강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이곳의 땅을 팠더니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쏟아졌어요.

같은 해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국내 생수 시장이 활짝 열립니다. 제주도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설립, 삼다수 개발과 관리에 들어갔어요. 소비자 조사와 시장 분석을 통해 제주의 이미지를 녹인 제주삼다수를 브랜드명으로 택했어요. 원통 일색이었던 생수 물병을 사각형으로 만들어 디자인도 차별화했어요. 사각병은 일렬로 세웠을 때 빈 곳이 없어 적재 효율도 높죠.

"누가 물을 사 먹어?" 보리차 끓여 먹던 한국인 변한 이유

 제주삼다수 500㎖ 병들이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박영민

제주삼다수 500㎖ 병들이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박영민

제주개발공사는 첫 취수 이후 약 3년여에 걸친 환경영향평가와 공장 준공을 걸쳐 1998년 3월 제주삼다수 500㎖와 2ℓ를 출시했어요. 제주삼다수 측은 "당시는 가정에서 보리차를 끓여 먹던 게 익숙했던 시절이라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먹겠냐'는 우려도 컸다"고 했어요.

그런데 시장에 나온 삼다수의 인기는 예상보다 폭발적이었어요. 판매 첫 달엔 매출 9억원, 다음 달엔 18억원, 그다음 달엔 20억원으로 쑥쑥 성장합니다. 출시 한 달 만에 먹는샘물 시장 약 30%를 점유했어요. 무더위가 시작된 6월부턴 매진 행렬에 재고가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죠.

그렇게 25년간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약 40%를 유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다수, 비결은 무엇일까요. 삼다수 측은 제주 청정 자연을 담은 원수의 우수성을 꼽았어요. 땅속에서 화산송이(scoria)와 클링커(clinker)층이 천연 거름망 역할을 한 덕분이에요. 클링커층은 땅이 산 정상에서 삼킨 빗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통로이기도 하죠.

삼다수는 왜 비싼가

제주삼다수 공장 내부 전경. 사진 박영민

제주삼다수 공장 내부 전경. 사진 박영민

강경구 제주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이 삼다수에 대한 궁금증에 답을 해줬어요.

삼다수의 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깨끗하다는 것이다. 삼다수는 한라산 위쪽인 해발 1450m에서 만들어진 지하수다. 청정 지대인 한라산 국립공원 지하 12km를 흐르며 천연 정수된다. 먹는샘물은 지하수 그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에 원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수가 오염될 가능성은?

잠재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축구장 면적 약 100개 규모의 취수원 주변 토지를 매입했다. 품질 유지를 위해 법이 규정한 기준(연 2회)을 넘어 매일 수질 분석을 진행한다. 106개 관측소에서 3시간마다 시료를 샘플링해 분석하고 생산 시스템을 모니터링한다. 그 정보를 '먹는 물 수질 연구소', '삼다수 스토리' 등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제주도 지층 단면. 평균 2~3m 두께의 용암층과 퇴적층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좋은 지질 구조를 갖췄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도 지층 단면. 평균 2~3m 두께의 용암층과 퇴적층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좋은 지질 구조를 갖췄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삼다수는 왜 비싼가?

비싸다는 건 오해다. 2ℓ 생수 한병이 육지에선 1080원 정도지만 제주 내에선 700원 수준이다.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제주도에 유통되는 물량은 별도로 관리하고 출고가도 낮춰서 공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바다를 건너면 그만큼 운송비용이 추가된다.

연간 100만t씩 생산하면 지하수가 고갈되는 것 아닌가?

그럴 일은 없다. 삼다수는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다. 고지대에 내려 지하수가 된 빗물 일부를 취수해 만드는데, 그마저도 바다로 흘러간 물이 다시 증발하면 또 비로 변해 다시 지하수가 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비가 제일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평균 대비 1.5배 이상이다. 비가 지하수로 스며드는 비율도 40%(전국 평균 15%) 수준으로 높다. 지하 수위가 떨어지는 정도 역시 실시간으로 예측하며 관리하고 있다.

삼다수의 목표는?

제주삼다수를 대한민국 대표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 지금도 중국·일본·미국·인도·필리핀 등 세계 21개국에 수출한다. 제주도민, 나아가 국민이 마실 양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아직 많은 양을 수출할 수는 없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면 좀 더 많은 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삼다수를 통해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널리 알리고 싶다.

물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도 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같은 생수라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 아셨어요? 미네랄 함량이 높아 센 물(경수)과 반대로 낮아 부드러운 물(연수)이 있죠. '에비앙' 같은 외국 생수는 경수, 삼다수는 연수입니다. 물에는 맛이 없지만, 경도의 차이에 따라 입 안에서 느낌이 달라져요. 경수는 묵직한 대신 살짝 뒷맛이 남고, 연수는 목 넘김이 깔끔하죠. 경수는 조금 차갑게 마셔야 편하게 마실 수 있지만, 연수는 15~18°C 상온에서 마셔도 충분히 물맛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뜨거우면 물맛이 없고, 너무 차가워도 위와 장에 부담을 주죠. 삼다수도 햇빛이 들지 않는 상온에 보관했다가 마셔야 가장 맛있대요. 삼다수, 이젠 차가운 냉장고 대신 서늘한 그늘에 양보하는 건 어떨까요?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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