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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컷칼럼

尹 1년 여당 내분, 태도 논란에 발목…파업 대응, 안보로 반전

중앙일보

입력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국정 지지율 분석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에 일부 상승이 나타났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무렵 지지율과 비교하면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25%)에 이어 두 번째로 낮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34%)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취임 이후 매주 지지율을 조사해온 여론조사 기관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리고 오른 추세와 상황을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조각 과정에서 ‘편중·부실 인사’ 논란에 시달렸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이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다. 정부와 청와대 등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과하게 등용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50%를 웃돌았다. 그러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리얼미터의 지난해 6월 4째주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추월했다.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유승민·나경원·안철수와 갈등하며 2030 남성표 이탈
공천 놓고 여권 갈등 재발 여지…여당 내 화학적 재결합 관건
즉석 발언 등으로 논란 불러, 원로 만나 경청하는 모습 필요

 취임 초기 윤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은 논란이 생기면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양상을 보였다. '검찰 편중 인사' 시비에 윤 대통령이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단순 지지도가 아니라 대통령이니 잘 해달라는 기대가 반영된다”며 “여야간 극단적 대립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윤 대통령의 미래 가치가 훼손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취임 초기 국민 여론조사에서 ‘국민 통합’을 바라는 여론이 높았는데, 정권 초부터 갈등이 이슈화하는 바람에 중도층이 실망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정책 수립과 집행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셈이다.

대선 주자군과 결별하며 지지 흔들  

 하지만 지지율 급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여당 내분이 꼽혔다. 지난해 6월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은 20~30대 남성에게 많은 표를 얻었는데, 이 전 대표의 역할이 컸었다. 그런데 윤리위 징계와 맞물려 이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갈등을 지속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이른바 ‘체리 따봉’ 문자 노출이 터졌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8월 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9.3%로, 지금까지 조사 중 가장 낮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당 내분은 20~30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40~50대와 달리 지난해 6월말까지 젊은층에선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20~30대에서 지지율이 빠졌고, 지금까지 그대로다. 이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때부터 본격적으로 2030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여당 내분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해 재발했다. 여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멈췄었는데, 지난 1월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당대회 룰 '당원 100%'에 유승민 전 의원이 반발했다. 이후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더니 윤 대통령이 그를 해임했다. 당시 영남권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는 현상이 보였다.

 이후 40%대로 회복됐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3월 중순 또 하락한다. 당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을 문제 삼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최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택수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한 뒤, 총선을 대비해 ‘윤석열 색채’를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여당 내분이 3~4개월 간 지속됐다”며 “여권 지지율은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의 통합에 의해 버텨주는 측면이 있는데 이준석·유승민·안철수 등과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앙샹이어서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서울 강남이나 영남권에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전략 공천을 받는 문제나 이준석·유승민·안철수 등 마찰을 빚었던 인사들의 공천 문제를 놓고 여당 내분이 재발할 여지가 있다"며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관건인데, 지지율이 더 낮아지거나 지금 상태로라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대위 전환 등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30 남성표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지하느냐도 여당 내부의 화학적 재결합에 달려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도어스테핑 중단하니 하락세 멈춰

 지지율 하락의 두 번째 요인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말과 태도가 꼽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이던 지난해 8월 ‘부실 인사’ 질문에 윤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당시 발언 내용이 여론에 안 좋게 반영된 것들이 많았는데, 동시에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나온 시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말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지난해 12월부터 지지율 상승 국면으로 바뀐 한 요소로 지목됐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소신을 강하게 밝히는 스타일이어서 도어스테핑이나 외신 인터뷰 등에서 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잦았는데, 지금은 노출이 제한적이라 위험 요인은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정상회담 성과 등도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생방송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였을지는 모르지만 대국민 설득이나 경청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원하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려면 야당과 대화하는 등 대야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며 “정치·사회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등 민심을 읽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파업 대응, 외교 성과는 상승 요소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로 반전한 계기는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 등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3째주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강조할 때도 긍정 평가가 40%대로 회복했다. 지난 3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미·일 방어 훈련을 실시하던 무렵에도 40% 이상으로 지지율이 뛰었다. 최근 5박 7일 국빈 방미 일정을 거치며 5주 만에 지지율 하락세가 멈줬다. 대일 외교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침이 발표됐을 당시 반발 여론이 나타났었지만, 외교 분야에서 윤 대통령의 일관된 노선이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지율 득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율의 다른 관건은 경제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정책은 필요한 결정을 할 때 지지율이 떨어지는 함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산자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연말 난방비가 오른 고지서가 발송되자 민심은 출렁였다. ‘69시간 근무’ 논란도 2030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슈다. 반대로 정부 압박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가 내려간 지난 3월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이 확인됐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민감성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양쪽 지지층을 모두 결집시켜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택수 대표는 "집권 마지막 해는 차기 대선에 관심이 쏠리니 정부가 일할 시간은 많지 않다"며 "집권 2년 차까지 전반기에 정부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국민 여론은 급해진다"고 귀띔했다.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모두 여권 심판론이 높았던 배경이다. 내년 총선 때 야당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표는 "총선 훨씬 이전이면 모르지만 만약 총선에 임박해 이재명 대표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라도 한다면 야권은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김성탁 논설위원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