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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밭에서 사색 된채 X자 표시…우크라 드론에 빈 러군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 가운데 홀로 남겨진 러시아군이 적진이 띄운 드론의 안내를 받아 탈출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92기계화보병여단의 유리이 페도렌코 드론 사령관이 텔레그램 앱에서 ‘바흐무트: 5월 9일 우크라이나군의 자비로운 행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바흐무트 격전지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러시아 병사는 공중에 있는 우크라이나 드론을 발견하고선 드론을 향해 손으로 ‘X’자를 거듭 표시했다. “(자신을 향해) 폭격을 가하지 말아달라”는 의미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항복 지침이 담긴 ‘평화의 메시지’를 비닐에 담아 드론을 통해 러시아군에게 전달했다. 해당 지역에 여전히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항복군은 참호에서 나와 우크라이나 진지로 이동하라는 내용이었다.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받은 러시아군은 지침에 따라 평지로 올라온 뒤 드론이 안내하는 방향대로 따라갔다. 그가 탈출하는 동선엔 폭격을 맞고 사망한 수십 구의 시신이 보이기도 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해당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했으며 곧이어 체포됐다”고 밝혔다.

 바흐무트 격전지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뒤 드론의 안내를 받으며 우크라이나 진지까지 도망쳐 온 러시아군. 사진 트위터 @NatalkaKyiv 캡처

바흐무트 격전지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뒤 드론의 안내를 받으며 우크라이나 진지까지 도망쳐 온 러시아군. 사진 트위터 @NatalkaKyiv 캡처

생존한 러시아군으로 알려진 아뉴틴 루슬란 니콜라예비치는 텔레그램에 영상을 통해 “오늘 드론이 저의 생명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그의 오른쪽 볼엔 피가 흐르는 등 상처가 나 있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전쟁의 참혹함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누리꾼은 “러시아군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건 처음”이라며 “머리 위에는 언제 수류탄을 떨어뜨릴 지 모르는 드론이, 뒤에는 후퇴하는 즉시 쏘아버리는 러시아군이 있으니 겁에 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러시아인도 같은 사람일 뿐”이라며 “그를 살려 준 우크라이나군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썼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러시아 제72자동소총여단을 격퇴했으며 이들은 바흐무트 근처에서 외곽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는 “제72여단 예하 6대대와 7대대가 거의 전멸했고 정보부대도 격파했다”며 “병력 상당수도 포로로 잡혔다”고 발표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요충지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바그너 용병들을 앞세워 이곳 중심지를 3면 포위하면서 함락이 임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우크라이나가 다시 승기를 잡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점령을 유지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엔 차질이 생겼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예고한 ‘봄철 대반격’에 앞서 지난 11일 ‘여건조성 작전’에 착수했다. 무기고와 지휘소, 기갑 및 포병전력 등을 타격해 지상군 진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걸 뜻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한 인터뷰에서 “(현재 가진 것으로도) 진격해 성공할 수 있지만, 많은 인명을 잃을 수 있다”며 “대반격 작전에 나서기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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