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한순구 지음, 삼성글로벌리서치)=항우는 중국 통일 눈앞에서 유방에게 역전패한다. 그가 게임이론을 알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경제학자이자 게임이론 전문가인 저자가 오다 노부나가, 나폴레옹, 고르바초프 등 역사적 인물 13명의 잘못된 선택을 분석한다. 이들의 고민은 현대 조직생활과도 통한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김은 지음, 남해의봄날)=부산이나 전주에만 영화제가 있는 게 아니다. 여행 삼아 떠나기 좋은 무주산골영화제, 광명동굴국제판타지페스티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등을 비롯해 저마다 뚜렷한 그 특색과 초심자도 이를 즐기는 법을 문화 콘텐트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가 생생하게 소개한다.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차오리화 지음, 김민정 옮김, 파람북)=주안은 대문호 루쉰의 부인이지만 소박데기나 다름없는 처지로 잊혀졌던 여성. 문맹에다 전족을 하고 살았던 전근대적 여성인 그를 루쉰은 결혼 첫날부터 냉대했다고 한다. 문학연구자이자 상하이 루쉰기념관 연구원인 저자가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그 삶을 새로이 조명한다.
눈물 한 방울 원본 노트 특별판(이어령 지음, 김영사)=같은 글이라도 저자의 고뇌와 체취가 묻어나는 육필(肉筆) 원고는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맘때 출간된 산문집의 원본 노트 버전이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별세하기 한 달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서문에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라고 했다.
백낙청 회화록 8(백낙청 회화록 간행위원회 엮음, 백낙청 지음, 창비)=창작과비평 백낙청 명예편집인이 국내외 연구자, 석학 등과 나눈 대담·좌담·토론·인터뷰를 묶었다. 2017년 7권 이후 분량이다. 회화(會話)는 진리 발견 수단으로, 백낙청 개인의 기록일 뿐 아니라 시대 문제에 대한 한국 지성의 집단기록이라는 것. 김수영·동학 등을 다뤘다.
미술-보자기(도광환 지음, 자연경실)=25년간 현장을 누비던 사진기자가 미술에 꽂혔다. 2014년 ‘최후의 만찬’을 직접 관람한 게 계기였다. 이후 미술 공부를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보자기)이라는 키워드 아래 책으로 풀어냈다. 미술사를 요약하거나 하지 않았다. 작품 속 인물과 세상, 시대상을 저자의 사유로 풀어낸 미술책이다.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전순예 지음, 송송책방)=결혼 이후 서점·문구점으로 시작해 요리 강습으로 사람들을 모아 주방 기구를 파는 등 50대까지 물건을 팔며 먹고 살았던 저자의 삶과 시대가 생생히 담긴 에세이집. 방문판매를 위해 남의 집 벨을 누를 땐 죄짓는 것처럼 손이 벌벌 떨렸다고 한다. 70대에 작가가 된 저자의 세 번째 책.
메피스토(루리 글·그림, 비룡소)=그림책 『긴긴밤』으로 이름난 작가의 신작. 떠돌이 개의 모습이 된 악마 메피스토와 소녀가 주인공이다. 여느 반려견처럼 소녀와 개가 나누는 일상의 우정, 그리고 소녀가 처한 뜻밖의 상황이 극적인 전개 방식을 통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가 지닌 간절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림책이자 그래픽노블에 가까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