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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20마리 잡힌다"…죽음과 맞바꿀 맛, 임진강 '황복' 진풍경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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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임진강 진객(珍客) 황복이 10여년 만에 보기 드문 풍어를 기록 중이다. 예년보다 2배 이상 황복이 많이 잡히고 있다. 12일 경기도 파주어촌계와 어부들에 따르면 파주 임진강 어부 50여명이 요즘 하루 평균 200㎏ 이상의 황복을 잡고 있다. 어부 박우군씨는 “이달 들어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임진강 파평면 일대로 나가 미리 쳐둔 그물에서 하루 평균 2시간 동안 황복 20마리(총 10㎏)를 잡고 있다”며 “봄철을 임진강을 대표하는 귀한 어종인 황복이 유례없이 많이 잡혀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서해 어귀에서 임진강으로 산란을 위해 회귀하기 시작한 황복은 이달 한 달간 절정을 이룬 뒤 다음 달 중순까지 돌아온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어촌계 민물고기 직판장’ 내 수조에 담긴 임진강에서 어획한 황복. 전익진 기자

경기도 파주시 ‘파주어촌계 민물고기 직판장’ 내 수조에 담긴 임진강에서 어획한 황복. 전익진 기자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올해의 경우 강의 수온이 높고 최근 이어진 비로 임진강 수위가 풍부해진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황복이 올해 풍어를 이룬 것은 20여년간 지속하고 있는 치어 방류의 효과로 분석된다. 잡히는 황복의 90% 정도가 몸집이 다소 작은 방류한 황복이란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황복 어족자원 확충을 위해 경기도와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등은 1997년부터 26년째 매년 어민들과 황복 치어를 임진강과 한강에 다량 방류하고 있다.

26년간 이어진 황복 치어 방류 효과 ‘톡톡’

황복은 일반 복과 달리 옆구리가 황금색을 띠어 ‘황(黃)복’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황복은 임진강과 한강에서 부화한 뒤 서해로 나가 3∼5년 동안 자라 길이 20~30㎝의 성어가 된다.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임진강과 한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바다로 돌아가는 회귀성 어종이다. 황복은 서해 밀물이 밀려 올라가는 파주 임진강 중류와 서울 한강 잠실수중보 일대까지 회귀한다.

황복의 맛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중국 송나라 대표 시인 소동파는 ‘하돈(河豚·강의 돼지)’이라고 부르며 그 맛을 극찬했을 정도다. 당시 맛이 좋은 데다 배가 불룩해 하돈이라 불렀었다.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죽음과 맞바꿀 맛’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극상의 맛이지만 잘못 먹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맹독을 지니고 있어서 이렇게 비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파주시가 임진강에서 어민들과 함께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사진 파주시

경기도 파주시가 임진강에서 어민들과 함께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사진 파주시

황복은 얇게 회를 뜨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매운탕·지리로 요리하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과 함께 쫀득한 식감이 그저 그만이다.

맹독 지닌 황복은 전문 음식점에서 먹어야 안전  

황복은 맹독인 테트로도톡신 성분이 알·피·내장 등에 포함돼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황복의 독은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량(0.2㎎)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복어조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섭취해야 안전하다. 황복 풍어로 음식값도 내렸다. 식당 판매가격은 2∼3인분(2마리 정도) 기준으로 15만원 선이다. 예년보다 5만원 정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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