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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尹잔칫날 'B급 영수회담'…與는 부글, 김기현 입 닫았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20일 오후 대구시청(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20일 오후 대구시청(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진행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에 대해 여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이 이날 대구시청으로 찾아온 이 대표를 만나 “대부분 정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거나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말한 게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당내 불만은 홍 시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쏟아졌다. 이용호 의원은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으레 야당 대변인의 비판 성명이려니 했는데, 우리 당 소속 홍준표 시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욱이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주고받은 얘기라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이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날, 덕담은 못 할망정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이 꼬인 시아버지 같은 모습이어서 참 보기 딱하다. 결과적으로 정치를 잘 아신다는 홍 시장께서 이재명 대표에게 보기좋게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 직격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파장은 다음 날도 이어졌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1일 라디오에서 “홍 대표께서 협치가 안 되고 대화가 안 되는 게 국민의힘과 대통령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씀을 하셨다”며 “이 대표가 (면담 요청으로)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홍 시장이 다 달성해주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홍 시장님이 어떨 때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한데 어떨 때는 굉장히 모자라고 좀 사리 분별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며 “이 대표는 지금 윤석열 정부를 거의 적대시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 앞에서 꺼낼 얘기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 면상에 오염물을 퍼붓고 본인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고도 힐난했다.

당 밖의 관전평도 이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밤 라디오에서 “(이 대표 입장에선) 대통령 만나려고 하는데 안 만나주네. 그런데 딱 보니까 대체재가 딱 된다. 그래서 일종의 B급 영수회담이 돼 자기도 좋기 때문”며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전 의원도 전날 밤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윤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이해서 자기 그릇이 훨씬 크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지만 나는 대국적 견지에서 만나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따질 것 따진다, 이런 태도 아닌가”라고 평했다.

사방에서 관련 발언이 쏟아지자 홍 시장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회동 직후인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자기를 비판한다고 한낱 대구시장으로 비판한 당 대표가 옹졸한 사람이 아니고 뭔가”라며 “대통령실이 정치력이 부족한 것도 팩트”라고 강조한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적극 설명에 나섰다. 그는 “(김 대표가) 당선된 이후로 전광훈 목사에게만 전화 열심히 했지 나한테는 한 일도 없다”며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통령실을 비난했다는데, 비난이 아니고 팩트다. (윤 대통령 주변에) 직언할 만큼 배짱이 있고 그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이날 밤 늦게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경선 때 국회의원 두 사람 데리고 경선했다고 당 지도부 측에서 비아냥거렸다고 한다”며 “그건 너희들처럼 패거리 정치를 안 했다는 것이다. 레밍처럼 쥐떼 정치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썩은 사체나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아닌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았다”며 “제발 이 나라 국회의원답게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런 소동이 벌어졌지만 비난받은 당사자인 김 대표는 공개 반격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기저기 이런저런 말씀 하시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듣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거의 해당 행위 수준의 발언”이라면서도 “(홍 시장이) 싸우자고 덤비지만 또 싸울 순 없다. 무시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이 전광훈 목사 문제를 고리로 김 대표를 공격하자 상임고문직에서 전격 해촉했던 지난달 13일의 대응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실을 직격했지만 친윤계 역시 대부분 공개 발언을 하고 있지 않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입심 좋고 공중전에 능한 홍 시장과 다시 전쟁을 벌여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가 홍 시장을 해촉했을 때도 과민반응이었다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았다”며 “홍 시장이 가려운 구석을 대신 긁어준다는 당내 목소리 꽤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이 계속해 으르렁거리는 게 여권 전체에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는 여당 대표고, 홍 시장은 여당의 어른”이라며 “두 사람이 원래 가까운 사이였으니 직접 만나서 대화로 푸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20년 2월 14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20년 2월 14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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