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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직격인터뷰

"신종 감염병 백신 100일 내 개발할 역량 갖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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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코로나 위기 종식' 시대 지영미 질병청장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혀 사실상 코로나 위기 종식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장에 취임해 코로나 종식 과정을 총지휘해온 지영미 청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지 청장은 지난 5일 글로벌 차원에서 코로나 위기 종식을 선언했던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 멤버이기도 하다.

위험도 낮아져 WHO 선언 없었어도 대응 단계 낮췄을 것 #중환자 비상 병상 등 하루 감염자 100만 대응 확보가 목표 #격무로 휴직자 급증, 인력 부족 심각....국가적 관심 절실

-코로나 위기가 정말 지나간 것으로 볼 수 있나.
"국민의 70%가 한 번씩은 자연 감염이 됐고, 백신 접종률이 90%에 달한다. 백신 접종을 한 경우에도 코로나에 걸릴 수 있으나 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리스크는 크지 않다. 질병청 내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으로 구한 생명이 약 18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 초 두 차례 단계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확진자가 늘 가능성이 우려됐지만, 하루 확진자 수는 1만~2만명 사이에 머물러 위험도가 '낮음'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WHO가 위기 해제 조치를 하지 않아도 한국은 단계를 낮출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다만 오미크론 항원이 추가된 2가 백신 접종률이 15%선에 그친 점은 우려가 있다. 60세 이상에서도 40%가 안된다. 오는 10월에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접종 권고에 나서겠다."
-3년 4개월간 이어져 온 코로나 K-방역을 어떻게 평가하나.
"초기엔 확진자 숫자가 많이 나와 '위험한 나라'로 오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발 빠른 '3T'(검사, 추적, 치료) 전략으로 국경 봉쇄(록다운) 같은 무리한 조치 없이 피해를 최소화한 나라가 한국이다. 10만명당 코로나 누적 사망률도 66.9명(6일 기준)에 그쳐 낮은 치명률(0.11%)을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의 치명률은 각각 그 10배와 2배다. 불편을 무릅쓰고 정부의 방역에 협조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
 -코로나 초기 병상 부족과 사망자 급등 같은 혼란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전 우리가 겪은 대표적 감염병이 메르스인데, 확진자가 186명이었다. 코로나 확진자는 3000만명이 넘는다. 많을 땐 하루 62만명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응할 의료 역량이 준비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 종식을 계기로 '신종 감염병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하루에 100만명까지 감염병 환자가 생겨도 대응할 역량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우선 중환자용 비상 병상이다. 코로나 초기 중환자용 병상이 700개뿐이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약 2800개를 긴급 동원했는데 병상을 완전히 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주나 되더라. 따라서 1주 만에 비울 수 있는 병상을 35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우리는 인구당 중환자실 수가 독일의 3분의 1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보다도 낮다."
 -그 밖의 대책은.
 "신종 감염병이 해외에서 발생해 국내에 유행할 때까지 전 과정을 조기에 탐지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우리가 진단 역량은 강한데 감염병 발생 지역 정보에는 약하다. 메르스 사태 때 영어권 정보만 접한 결과 전파력을 과소평가해 피해가 커졌던 바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감염병 발생 가능성 높은 국가나 대륙에 지역 사무소를 두고 정보 습득과 의료 협력을 꾀할 방침이다. 일단은 동남아시아, 그중에서 라오스를 후보지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또 방역 대책의 효과적 수립을 위해 슈퍼컴퓨터도 한 대 들여올 예정이다. '식당 영업 종료 시간을 밤 10시에서 1시간 늘리면 감염률이 어떻게 되나' 같은 분석을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스크는 앞으로도 써야 하나.
 "실외는 몰라도 사람들이 밀집한 실내에서는 마스크 쓰는 게 효과가 있다. 마스크 의무 해제는 마스크 안 쓴 이에게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다는 거지,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한 분들은 가급적 쓰는 걸 권고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백신 개발이 과제로 등장했는데.
 "그렇다.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우리도 코로나 말기에 자체 백신을 개발했는데 접종하기엔 늦은 시점이었던 것이 안타깝다. 미국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데 걸린 시간이 327일이다. 보통은 백신 개발에 10~15년 걸리는데 1년 미만으로 단축한 건 엄청난 성과다. 비결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전달체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백신을 100일 안에 개발하기로 목표를 잡고 7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우리도 100일 또는 200일안에 백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러려면  mRNA 기술이 꼭 있어야 하는데 국내엔 관련 전문가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따라서 범부처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학계와 업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려 한다."
-질병청이 청으로 승격한 뒤 세번째 청장이 됐는데.
 "청으로 승격하며 인력이 500명 늘었지만 그래도 크게 부족해 충원이 절실하다. 질병청은 감염병 대응 외에도 만성, 희귀 질환 등 많은 업무를 이관받았다. 또 코로나 관련 장례비나 생활지원비 등 지급도 질병청이 한다. 또 '심각' 기간 동안 휴일도 없이 과로에 시달린 끝에 휴직한 인원이 한때는 전체 인력의 10%에 달했다. 지금도 1617명 직원 중 124명이 휴직 상태다."
 -그에 대한 대책은 뭘까.
 "질병청은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국정과제인 ‘감염병 대응 체계 고도화’를 주관하는 기관이다. 청으로 승격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예산규모나 역할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커나가야할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숨진 분들에 대한 대책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3월에 코로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사연을 얘기하시면서 우시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현재 사망자 신고가 2000건, 보상 신청은 1300여건인데, 백신으로 인한 피해가 입증돼 보상된 분은 17명뿐이다. 그래서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어도) 관련성이 의심되는 질환'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최대한 지원의 폭을 넓히려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있는데 빨리 실현됐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세균 국무총리 특보를 지냈다.

"말씀을 나눈 적은 없었는데 어느 날 총리실에서 특보 자리를 제안해오더라.  파스퇴르연구소에 재직 중인 시절이라 사양했더니 '(겸직해도) 상관없다'고 해서 특보를 맡게 됐다. 나는 백신 전문가였기 때문에 백신 도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조언했다. 질병청장에 임명됐을 때 정 전 총리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 코로나 발생 초기 WHO가 중국 눈치를 봐서 비상 사태 선포를 늦췄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비상 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하는 긴급위원회 위원이었는데 비상 사태 선포를 막으려는 중국의 압박이 있었나
 "긴급위원회 위원들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절대 외부에 발설해선 안된다. 그러면 위원 자격 박탈이다. 그래서 대답을 줄 수 없다. 다만 당시 이 논란과 관련해 국내의 어느 누구도 물어보는 사람이나 언론이 없어서 난처한 입장이 된 적이 없다.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 한국이 국제 보건 외교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가 국제 정치의핵심 쟁점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따라서 우리 보건의료 종사자들도 국제 정치적 안목을 갖고 일할 필요가 있고 외교를 담당하는 분들도 보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WHO는 이제는 종식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유일하게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의 바이러스 보관 상황을 사찰할 권한도 있다. 우리가 WHO에 보다 많이 진출하면 그런 글로벌한 이슈를 더 많이 접하고, 발언권도 커지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