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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우진의 돈의 세계

이윤은 비윤리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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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비윤리적이라고 여긴다. ‘착한 가격’이라는 표현의 밑에는 그런 시각이 깔렸다. 한국인은 나아가 이른바 초과 이윤은 바로잡아야 할 현상으로 다루려고 한다.

영리활동은 착하지 않다는 생각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도 뿌리 깊었다. 그러나 서구와 일본에서는 근대 들어 영리활동에 떳떳함과 긍지를 부여하는 철학이 제시돼 자리 잡았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에 따르면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주의가 영리활동과 부의 증식을 ‘신을 위한 활동’이라는 등의 단서 아래 장려했다. 일본에서는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1685~1744)이 고객을 성(誠)으로 섬기고 검약, 근면, 신용을 실행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이런 ‘상인도(商人道)’에 따라 정직하게 번 돈은 “후지산만큼 쌓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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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 악덕 자본가도 많았지만,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실천한 자본가도 있었다. 정승처럼 환원함으로써 명예를 누린 기업가도 많았다. 일본은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1932~2022)처럼 사회 전반에서도 두루 존경받는 기업가를 다수 배출했다.

서구와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영리 철학이 제시되지 않았다. 사회에서 널리 존경받는 가운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업가도 드물었다. 이윤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런 반감은 최근에도 표출됐다. 정유회사의 지난해 이익이 몰매를 맞았고, 은행의 이익이 매도됐다. 그러나 정유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은행 실적은 급증하기도 하지만 급감하기도 한다.

‘배경’은 ‘근거’가 되지 못한다. ‘비윤리적인 이익’이라는 비판의 역사·경제적 배경은 합당한 경제적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비판은 경제활동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이제 지양할 때도 됐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