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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년4개월 만의 엔데믹, 후속 대비가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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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21년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QR코드 체크를 하고 입장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QR코드 체크를 하고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국민 일상 되찾아 기쁘게 생각”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다음 달 1일부터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고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국민께서 일상을 되찾으시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팬데믹 기간 동안 모두가 미증유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감염병 사태로 국민의 60% 이상(약 3135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3만4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에선 6억8000만여 명이 감염돼 약 700만 명이 사망했다. 통계에 안 잡힌 감염·사망자는 훨씬 많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워드로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발언을 인용해 “실제 사망자는 2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5일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대부분 방역조치를 풀면서 지난 40개월의 비정상적 일상을 끝낼 수 있게 됐다. 학교에 들어간 학생들이 등교 제한으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고, 백신 접종을 안 한 사람은 식당과 마트 출입을 막았다. 엄격한 방역 규정에 막혀 코로나19로 숨져 가는 가족의 임종도 하지 못했고, 사망한 이후엔 화장장이 부족해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감염병 대응 체계 준비에 “땜질식” 우려도

특히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과학적 근거가 의문스러운 각종 규제 강행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입었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면서 ‘정치 방역’ 논란이 벌어졌다. 현 정부 출범 후 ‘과학 방역’을 내걸어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1년 만에 긴 터널을 빠져나오게 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어제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섰고,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병원 내 발생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고위험 환경에선 마스크를 쓰는 등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감염병 대책 또한 긴요하다. 지난해 해외에서 유입된 엠폭스(원숭이두창)의 국내 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이며, 학계에선 향후 또 다른 팬데믹 가능성을 경고한다. 정부가 대비를 소홀히 하면 같은 실책을 반복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전문가 사이에서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시설 개선 회의에 참석했는데 논의의 수준이 아직도 땜질이나 생색내기에 머물러 있다”(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걱정스럽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어 팬데믹 초반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우리나라가 백신 확보 실패 등 잇따른 실책으로 ‘확진자 세계 1위’의 오명을 얻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와 점검을 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