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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농업] 건강한 작물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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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기고 윤종철 농촌진흥청 차장

윤종철 농촌진흥청 차장

윤종철 농촌진흥청 차장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 팬데믹은 물류, 식량 공급망 등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흔히 인류의 역사를 전염병과의 투쟁의 과정이라고도 말한다. 중세 유럽을 암흑기로 몰아넣은 흑사병이나 20세기 초반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은 인류에게 여전히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농작물의 병해충도 인류에게는 큰 난제이다. 병해충이 농작물에 피해를 준 역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성경에 기록된 메뚜기로 인한 재앙이나 밀 줄기녹병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로 농작물 병해충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매우 많다.

1845년 아일랜드에서 2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거나 신대륙으로 이주하게 만든 ‘아일랜드 대기근’은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흉작이 원인이었다. 영국의 차 문화가 커피에서 홍차로 바뀐 것은 1874년 실론(스리랑카)에 대발생한 ‘커피 녹병’ 때문이었다. 이처럼 농작물의 병은 식량 공급과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21년 FAO 보고서에 따르면 식물 병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수량 감소는 매년 40%에 이르며 그 피해는 2900억 달러에 달한다. 기후변화 등 농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병해충 피해는 더욱 심해지고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결국 식량 안보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병해충으로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위기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인식은 2022년 제76차 UN 총회에서 매년 5월 12일을 ‘세계 식물 건강의 날’로 지정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식량 공급을 위한 식물 건강의 중요성 인식 확대, 국가 간 식물 병해충 전파 최소화, 식물 건강을 위한 혁신과 연구 투자 촉진이라는 목표 아래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통일벼 개발·보급 과정에서 수준 높은 식물 병해충 관리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을 통한 병해충 예찰·예측 정보 및 병해충 상담 서비스 제공으로 농가에서 작물과 시기별로 효과적인 병해충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의 선진기술은 최근 문제가 되는 과수화상병 관리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실시간 유전자진단 기술 개발로 과수화상병을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예측모형인 메리블라이트(Maryblyt)로 예측한 발병 시기를 바탕으로 방제 시기 결정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과수화상병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단순한 경험과 형태학적 특성에 의존하던 병해충 예찰·진단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기상정보 시뮬레이션과 영상분석 기술로 더 정확해졌다. 나아가 모바일 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쌍방향 소통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농약에 의존하던 방제도 드론과 방제 로봇 등을 활용해 농약 살포의 편이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최근 농촌진흥청은 병해충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임무 중심의 융복합 협업 프로그램인 ‘종횡무진 프로젝트’의 하나로 병해충 예찰·예측 시스템 개선을 선정했다. 병해충 발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예찰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현장 중심의 정밀진단으로 신속한 방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병해충 예찰 체계의 디지털 전환, 예측모형의 현장 적합성 향상, 무인 예찰 체계 구축, 영상진단 자동화 및 서비스 확대가 목표다.

식물 건강은 지구 생태계의 모태이자 식량 안보의 근간이다. 건강한 삶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우리가 깊이 명심해야 할 가르침도 바로 식물 보호, 식물 건강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농작물 생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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