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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유료화 시동거나…소비자 혜택 감소 ‘예고편’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네이버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카드사에 삼성페이 수수료와 관련한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페이의 유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애플페이 국내 출시 이후 간편결제 시장에서 휴대전화 제조사 간 경쟁의 불똥은 결국 카드사로, 이후 소비자로까지 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카드사에 삼성페이 관련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수수료에 대한 구체적 방침을 알리지 않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공문이 삼성페이의 유료화를 공식화하는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금융 매출 올리는 애플…삼성, 전 카드사와 재협상 나서

대다수 전업 카드사가 삼성전자와 맺은 계약은 오는 8월 중순 만료되고, 이후엔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경쟁 서비스 애플페이는 카드사로부터 결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사인 애플과 달리 금융 관련 매출은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김민정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애플의 지난해 순매출 중 결제 등 서비스 부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의 20%를 차지했다”며 “지난 10년에 걸친 애플의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은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넘어 새로운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 이용료 등으로만 수입을 올려 왔다.

애플페이 출시 때부터 결제 시장에선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여기에 삼성페이까지 수수료를 걷으면 소비자 혜택 감소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카드업계가 이미 무이자 할부 기간을 줄이는 등 각종 혜택을 축소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애플이 간편결제 시장 절반 차지할 수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는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 높여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 중 삼성페이 등 휴대전화를 활용한 비중은 25.3%로 전년(22.7%)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카드사가 직접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점유율은 전년(27.6%) 대비 0.8%포인트 감소해 26.8%를 기록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삼성‧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수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카드사가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에 대한 국내 시장 우위를 유지하려면 무료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카드업계 전체와 재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애플이 받으니 우리도 받겠다’는 식의 명분으로는 설득력이 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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