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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뷰] 외국인이 추는 K-발레, 푸른 눈의 용왕님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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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심청의 외국인 주역 무용수들..왼쪽부터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간토지 오콤비얀바. 장진영 기자.

발레 심청의 외국인 주역 무용수들..왼쪽부터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간토지 오콤비얀바. 장진영 기자.

‘드미트리’ ‘콘스탄틴’ 용왕님이 온다. '간토지' 선장님도 빼먹으면 섭섭. 유니버설발레단(UBC)이 12~14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리는 '심청' 얘기다. 한국의 효(孝)를 대표하는 심청을 약 두 시간에 걸친 전막 발레로 만든 작품이다. 발레하면 떠오르는 튀튀 대신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그랑주떼 점프를 뛰고 파드되(pas de deux) 2인무를 춘다.

UBC는 '심청'뿐 아니라 '춘향'과 '코리안 이모션' 등 다양한 한국만의 발레 레퍼토리를 창작해왔다. '춘향'은 이정우 한복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펼쳐보였고, '코리안 이모션'은 국악 베이스 음악에 서양의 발레를 접목시킨 시도로 주목 받았다. '심청'은 용궁부터 인당수 등 다양한 장면의 드라마틱한 연출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박수갈채를 받아왔다. 외국인 단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UBC의 특성상, 외국인 무용수들 역시 맹활약해왔는데, 이번 무대에서 용왕 역을 맡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수석무용수와 선장으로 열연하는 간토지 오콤비얀바 수석무용수를 지난 10일 UBC 연습실에서 만났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수석 무용수. 장진영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토지 오콤비얀바 무용수. 장진영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의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장진영 기자.

외국인 무용수로서 한국 발레를 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터다. 그래도 UBC 입단 후 강산이 두 번 바뀐 노보셀로프 수석의 경우는 여유로운 편. 그는 "입단 후 바로 했던 작품이 '심청'인데, 처음엔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서구의 고전 발레 동작을 하는 게 살짝 어려웠다"며 "한국인 무용수들이 입으면 바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데 나는 어울리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오콤비얀바 수석 역시 "처음엔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를 줄리아 (문훈숙 UBC) 단장부터 지도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다 물어봤다"며 "이해를 하지 않는 춤은 잘 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UBC에 입단한 디아츠코프 무용수는 "의상부터 스토리까지 다 처음이었지만 춤을 추며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 와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더 글로리'같은 드라마부터 '기생충' 영화 등을 다양하게 접해보았는데, '심청'은 춤을 추며 몸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노보셀로프 무용수 역시 다양한 한국 작품을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문 단장은 물론, 부인이자 동료 수석무용수인 강미선 발레리나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미선이 '심청'의 흑백 영화를 찾아줘서 여러 번 보며 특유의 감성과 메시지를 공부했다"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의 한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의 한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그럼에도 이들은 "'심청'도 한국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하고 한국 의상을 입었을뿐, 발레라는 점은 다른 작품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 어딜 가도 발레의 동작과 자세, 테크닉은 동일하고, 그 발레를 한국적 정서와 스토리로 녹여냈을 뿐, 발레는 발레"(오콤비얀바) "발레에 한국적 정서를 완벽히 녹여냈다는 점에서 '심청'은 해외의 동료들에게 보여줘도 손색없는 월드 클래스라고 자신한다"(디아츠코프)는 말이 나왔다.

'심청'이 다른 점은 물론 있다. 고전 및 낭만 발레의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등은 남녀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심청'은 다르다.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이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무용수들에겐 이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노보셀로프 무용수는 "가족간의 사랑을 발레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심청'은 매력이 크다"며 "가족애는 인류 공통의 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간토지 오콤비얀바 무용수들. 장진영 기자.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간토지 오콤비얀바 무용수들. 장진영 기자.

외국인 무용수로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제일 선배 격인 노보셀로프 무용수가 답변을 내놨다. 그는 "외국인으로 UBC에서 활동하는 것은 한국 발레를 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도전"이라며 "한국에도 훌륭한 무용수들이 많은 만큼,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발레라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앞으로의 각오는 뭘까. 이번엔 후배들이 답했다. "더 나은 무용수가 되고 싶은데, 이는 곧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오콤비얀바 무용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의 목표는 같은데, 더 좋은 무대를 선보이는 것"(디아츠코프 무용수)이란 답이 나왔다. 노보셀로프 무용수는 이렇게 화룡점정을 했다.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발레 무용수라면 우리의 꿈은 하나다. 더 많은 관객분들이 와서 공연을 봐주시는 것. 그를 위해 우리도 더 열심히 즐겁게 추겠다."

※중앙일보의 ‘발(레인)터뷰’는 발레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제언, 요청, 제보 등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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