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뒤 "김대리~" 부장님 톡 막아라…'퇴톡금지' 띄운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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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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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 퇴근했지? 미안한데….’ 오후 8시, 대기업 직장인 김모(31)씨의 카톡이 어김없이 울렸다. 카톡에선 상사의 추가 업무지시가 이어졌다. ‘부장님 급하신 일인가요?’(김씨)→‘잊어버릴까 봐 미리 보내 놓는 거예요’(부장) 등의 대화가 오갔다.

김씨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끔 퇴근 후 상사의 카톡 업무지시에 화가 치밀 때가 있다”며 “상사가 ‘바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는 하지만, 후폭풍이 두려워 대답을 안 할 수 없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직장인 이모(32)씨는 “야근 중엔 이미 퇴근한 부하직원에게 카톡·전화 질의나 업무지시를 종종 한다”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업무를 빨리 처리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초과근무 수당 주는 것도 아니면서…” 곳곳 갈등

밤낮 모르고 울려대는 카톡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다수다. 중견기업 직장인 이모(34·여)씨는 “퇴근 후 부서 단톡방에서 상사가 보낸 메시지에 답을 안 했다가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며 “퇴근 후엔 온전히 개인 시간을 갖고 싶은데, 눈치도 보이고 업무의 연장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세대 간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20~30대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초과근무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닌데 업무지시가 부당하다”고, 기성세대는 “그래도 업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업무시간 외에 업무 관련 연락을 받지 않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연결차단권)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가 발전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가 늘어나 업무 시간과 장소의 범주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업무와 사생활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업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달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4.3%는 “퇴근 후 집에서도 업무를 한다”고 답했다. 정부·국회 등에선 이른바 ‘퇴톡금지’(퇴근 후 카톡 금지)를 법제화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고, 올해 안에 관련 정책을 내놓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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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메신저 사용 권장, 조직문화 개선캠페인도

국내 기업들은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제지하도록 에티켓·사내문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조직문화 혁신캠페인 ‘리인벤트’를 시작했다. 소통과 업무효율을 향상하자는 취지다. 또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할 수 있도록 업무 관련 대화는 사내 메신저(M메신저)를 활용토록 하고, 불필요한 회의·보고를 줄이기 위해 업무협업 플랫폼(팀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할 수 있도록 업무 관련 대화는 사내 메신저를 활용토록 한다. 여기에 오후 10시~익일 새벽 6시 메신저에 접속할 경우 ‘밤 시간 입니다’라는 경고 알림을 띄워, 업무시간이 지난 시간엔 연락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16년 ‘즐거운 직장 및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오후 10시 이후엔 업무 카톡을 금지했다. CJ그룹도 2017년 퇴근 후나 주말에 문자·카톡 업무 지시 금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두 기업 관계자는 “현재는 업무시간 외 연락을 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잘 정착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임러, 휴가 중 메일 삭제…프랑스는 ‘로그오프법’

해외기업들은 퇴근 후 업무 예방에 더 적극적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업무종료 시 업무용 메일을 중지하고,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는 휴가 중인 직원에게 수신된 메일을 해당 직원이 요청할 경우 자동삭제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아예 법제화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프랑스는 이른바 ‘로그오프법’을 통해 업무시간 외 전화·이메일·SNS·회사전산망 등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단절될 권리’를 마련해 휴식시간이나 업무 시간 외엔 휴대폰 등 작업 도구로부터 분리되도록 하는 방안을 기업에 마련토록 했다. 필리핀은 직원이 업무시간 외 회사의 연락을 무시해도 징계할 수 없도록 하고, 기업에 업무 관련 연락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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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업종·업무별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 스스로 ‘퇴톡금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곳곳에서 충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예상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도 발생할 텐데, 법제화를 통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시간이 끝나면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기, 불필요한 업무 연락을 자제하기 등 기업 차원의 문화 확산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이 모범을 보이면 굳이 법제화하지 않아도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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