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학과, 신입생 안 받는다...지방대 눈물의 '생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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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전경. 사진 대구대

대구대학교 전경. 사진 대구대

지역 대학이 학령인구 절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통합과 신입생 모집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미래 가능성이 있는 학과를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11일 대구가톨릭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입시에서 스페인중남미학과·중국어중국학과·러시아중앙아시아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스페인어과는 대구가톨릭대가 효성여대 시절이던 1981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개설된 학과로 40년 이상 전통을 가진 학과로 불려왔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며 “이와 관련 교수와 학생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선도적으로 대처하는데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대구대는 일부 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미래 산업을 바탕으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학과를 신설해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통계학과·환경기술공학과· 건설시스템공학과 등 8개 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웹툰영상애니메이션학부· 게임학과·응급구조학과 등 6개 학과를 신설한다.

대구대 관계자는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는 8개 학과에서 모집을 중단하고 수요가 높은 6개 학과를 신설하는데 총 모집 인원은 3850명으로 동일하다”며 “트렌드에 맞춰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이 지난해 12월 28일 대전 유성구 호텔오노마에서 열린 '충남대학교-한밭대학교 대학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충남대]

이진숙 충남대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이 지난해 12월 28일 대전 유성구 호텔오노마에서 열린 '충남대학교-한밭대학교 대학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충남대]

파격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대학 통합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부가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내걸고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통해 5년간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학 한 곳당 1000억원을 준다. 될성부른 지방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취지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대학 혁신 사례를 보면 대규모 구조개혁과 정원 조정, 대학 간 통합과 학문 융합 등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글로컬 대학 30 혁신기획안에 대학 통합안을 제출하겠다는 게 지역 대학 생각이다.

우선 대구·경북 지역 사립대인 영남대와 영남이공대가 손을 잡을 전망이다. 영남대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며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통합과 관련해 영남학원 이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글로컬 대학 30 혁신기획안에 이런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등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를 함께 운영하는 사학법인들도 통합 움직임을 보인다.

지방 국립대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과 교수 반발로 진통도 예상된다. 통합을 추진 중인 충남대와 한밭대는 지난 8일 비공개로 대학통합기획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이진숙 충남대 총장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는 대학통합과 연계한 글로컬대학 30 사업 등이 논의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열고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충남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충남대-한밭대 통합 반대 시위 전시. 오유진 기자

충남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충남대-한밭대 통합 반대 시위 전시. 오유진 기자

하지만 두 대학 통합은 가시밭길이다. 충남대는 교수회와 총학생회, 한밭대는 교수회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달 19일 성명을 내고 “학과별 의견 수렴 기간이 3월 27~31일 닷새에 불과했고 (의견수렴이) 요식 행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총학생회도 “학생 동의가 없는 ‘통합 기반 혁신’을 전면 철회하라”며 지난달 21일부터 1주일간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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