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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동물보호법 법정최고형 선고…개‧고양이 1256마리 아사시킨 60대, 징역 3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정최고형이 최초로 선고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면 최대 징역 3년을 처할 수 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박종현 판사)은 1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67)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개 1200여마리를 굶겨 죽인 혐의를 받는 이모(67)씨 마당에 개 사체가 쌓여 있다. 이씨는 1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동물권단체 케어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개 1200여마리를 굶겨 죽인 혐의를 받는 이모(67)씨 마당에 개 사체가 쌓여 있다. 이씨는 1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동물권단체 케어

이씨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경기 양평 용문면 모처에서 번식 농장주 등으로부터 개와 고양이를 받았다. 번식농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판매하지 않은 동물들이었다. 이씨는 개 1243마리, 고양이 13마리 등 동물 1256마리에게 고의로 사료와 물을 주지 않아 동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지난 3월 31일 기소됐다. 이씨의 행위는 자신의 개를 찾다 현장을 발견한 인근 주민의 신고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열린 결심에서 “피고인의 주거지인 범행 현장은 쓰레기와 오물, 사체가 뒤섞여 있었고 극심한 냄새가 났다. 무고한 생명이 고통받으며 희생당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장애 3급 아들의 치료비와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본의 아닌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2014년 파산 선고를 받는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잘못을 인정‧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학대 내용과 그 정도, 개체 수, 피해 동물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죄책 매우 중하다. 엄벌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온 동물 학대에 대한 최고형은 지난해 9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선고였다. 포항에 거주하는 A씨(32)는 길고양이를 죽이고 초등학교 통학로에 매달아 두는 등 2019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고양이 10마리를 학대‧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형을 받았다. 동물보호법 위반에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다른 혐의도 함께 인정된 결과였다. 당시 포항지원 재판부는 “동물 학대 범행은 우발적 범행이라기보다는 치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에 따라 반복 진행됐다”며 “또한 여러 차례 절도, 재물손괴 등을 범행한 점 비추어 죄책 상응한 처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11일 양평개학살 사건 선고에 앞서 “최악의 동물학대 법정최고형 판결하라”등의 피켓을 들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찬규 기자

동물권단체 케어는 11일 양평개학살 사건 선고에 앞서 “최악의 동물학대 법정최고형 판결하라”등의 피켓을 들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찬규 기자

 동물권단체들 이날 여주지원 앞에서 “최악의 동물 학대 법정최고형 판결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엄벌 촉구 시위를 벌였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이날 선고에 대해 “최초의 동물보호법 법정최고형이라 의의가 상당하다”며 “동물 학대를 엄벌하는 첫걸음이고, 법정최고형 선고가 누적돼야 법정최고형 자체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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