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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격했으니 안락사? 핏불 달라지게한 수의사의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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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반려동물이 문제적 행동을 보일 땐, 먼저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한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이 문제적 행동을 보일 땐, 먼저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한다. 사진 pixabay

‘키우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 주변에선 사람을 문 개는 위험하다며 안락사를 권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국내 유일의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김선아 충북대동물병원 임상교수는 진료부터 권한다. 실제로 그가 미국 유씨 데이비스(UC DAVIS)에서 진료할 때, 보호자가 심난한 얼굴로 핏불테리어(이하 핏불)를 데리고 찾아왔다. 핏불이 어린이를 물었는데, 현장에 보호자가 없어서 정확한 상황조차 알 수 없었다. 아이는 멍이 들었고, 주변에선 핏불의 공격성을 우려하며 보호자에게 안락사를 권했단다. 그는 “진료하는데 핏불이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가 호의적이었다. 검사를 했더니 관절 쪽에 디스크가 있었다”며 “디스크 정도가 심하진 않아서 보호자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 부위를 건드리면 아프니까 만지지 말라고 표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핏불은 약 처방만으로 문제 행동이 사라졌고 가족과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동물의 행동만을 보지 않고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 이것이 동물행동의학 수의사의 역할이다. 김 교수는 미국 유씨 데이비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동물핵동의학 전문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2022년 미국수의행동의학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최근 더중앙플러스 댕댕정보통의 필진으로 참여해 식분증과 분리불안 등 반려동물의 행동의 이유와 올바른 대처에 관해 알려주고 있다. 반려인 1000만시대,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내 유일의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김선아 수의학 박사. 사진 김선아

국내 유일의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김선아 수의학 박사. 사진 김선아

동물행동의학 전문의에 도전한 이유는.

수의대 본과 3학년 실습 시간에 개의 피를 보고 기절했다. 본과 1학년 때 동물실험센터에 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많이 봤는데, 이때부터 동물 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환자였던 개가 죽는 날엔 울다가 쓰러졌다. 수의사라는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이미 수의대를 5년이나 다녔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4학년 때 미국 유씨 데이비스에서 실습을 했는데, 행동학과와 협진을 하면서 동물행동학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동물행동학과에서 진료하는 동물은 중증으로 생사를 오가지 않는 데다 동물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까지, 내가 찾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의대 졸업 후 서울대에서 동물행동의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17년 미국 유씨 데이비스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과정에 합격했다. 전문의 과정을 하는 3년 동안 ‘행동학을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어떤 날은 짜릿했을 정도다.

언제 짜릿함을 느꼈나.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삶이 모두 좋아졌을 때, 짜릿할 만큼 보람을 느낀다. 심각한 분리불안을 호소하던 반려동물이 안정을 찾고 보호자와 편안하게 살 때, 밖에만 나가면 얼어붙는 강아지가 치료 후 보호자와 같이 산책을 즐기게 됐을 때,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의 문제 원인을 찾아 치료해서 가족 모두 행복해졌을 때처럼 수의사로서 동물과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을 때 행복하다.

반려동물이 문제 행동을 보이면 훈련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수의학적 접근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수의학에서는 건강을 살핀다. 사람을 예로 들면, 수학을 못 하는 아이는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을 보낸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어려워하고, 집중하지 못하면 ADHD나 정신적 질환을 걱정하며 병원을 찾기도 한다. 후자가 수의학에서의 행동학 개념과 같다. 먼저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인지, 심리적으로 건강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고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하는 것이다.

분리불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소아정신과 상담과 비슷하다. 우선 분리불안은 보호자가 없을 때 보이는 행동이므로 반려동물이 혼자 있을 때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고 보호자와 심층 면담을 한다. 행동도 관찰하고 건강상태도 체크한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분리불안, 더 심한 경우 분리공포로 진단한다. 불안이나 공포는 교육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형견이 극도의 분리불안으로 2층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낄 때 동물은 훈련이나 교육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가 불안한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먼저 학습이나 교육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수의학에서는 동물의 불안을 낮추는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약물치료만으로도 조절 능력을 키워 충동 조절을 시킬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반려동물의 공포나 불안이 강할 때는 교육을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의 공포나 불안이 강할 때는 교육을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보호자의 문제라고 말하는데. 

경험상 보호자의 문제로 반려동물이 문제 행동을 하는 경우는 소수다. 다수의 보호자는 최선을 다해 반려동물을 키운다. 보호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사람도 같은 일을 겪어도 회복 탄력성이나 기질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듯, 동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생후 4~6개월에 문제 행동이 시작됐다면, 보호자의 양육 방식이 아닌 타고난 기질 문제다.

연령에 따라 반려동물의 행동 원인이 다르단 얘긴데, 연령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12개월 이전엔 유전적 소인으로 문제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 경험이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2~3세 이후엔 자라면서 쌓인 요인이 문제적 행동의 원인인 된다. 12세 이후엔 노령화로 인해 문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지듯, 동물도 14세 이후엔 절반 정도가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강아지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법이 궁금하다.

잘못 배운 행동이라면 대체할 수 있는 행동을 가르쳐줘야 한다. “하지마”가 아니라 “대신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아달라고 보호자의 다리를 긁는 강아지에게 하지 말라고 혼내면서 안아주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보호자의 의도와 달리 더 긁거나, 짖을 수 있다. 이때는 조용히 기다리라고 가르치거나, 앉아서 발을 살짝 올리면 안아달라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맞이할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지. 

반려동물은 오래 사는 만큼 함께 살기 위해선 반려인의 책임이 필요하다. 또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이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 대부분 겁이 많아서다. 아이들은 대부분 사람 체중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개도 자신보다 사람이 강하다는 것도, 사람이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 겁이 많고 불안이 높을 때 나타난다. 간혹 버릇을 고친다며 혼을 내는데, 이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쉽다. 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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