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 2023 현장. 이날 구글은 I/O에 참석한 미디어를 대상으로 픽셀 폴드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인경 기자
구글의 첫 접이식 스마트폰 ‘픽셀폴드(Pixel Fold)’가 베일을 벗었다. 얇고 넓은 생김새가 특징. 가격은 1799달러(237만8000원)부터 시작한다.
10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2023를 열고, 폴더블 폰인 픽셀폴드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지 황 구글 픽셀 제품 담당자는 “형태나 기능에 있어 타협은 없었다”며 “내구성 뛰어난 맞춤형 경첩(hinge)으로 두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 2023 현장. 이날 구글은 I/O에 참석한 미디어를 대상으로 픽셀 폴드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인경 기자
낯선데, 낯설지 않은 생김새
직접 만져본 픽셀폴드는 삼성의 갤럭시Z폴드4와는 크게 달랐다. 갤럭시Z폴드4는 펼쳤을 때 적당한 크기의 대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외부 디스플레이의 너비를 좁게 만든 편. 반면 픽셀폴드는 바깥 화면이 5.8인치로, 일반 스마트폰에 가까운 크기다. 접은 채로도 웬만한 기능은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펼치면 7.6인치로 갤럭시Z폴드4와 같은 크기다. 두께는 5.8mm(접으면 12.1mm)로 갤럭시Z폴드4보다 좀 더 얇았다. 다만, 무게가 283g으로 묵직하다. 픽셀폴드에는 후면 카메라 3대, 셀피 카메라 1대, 내부 상단 1대 등 총 5대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은 4800mAh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는 외부 6.2인치, 내부 7.6인치, 무게 263g, 두께 6.3mm(접으면 14.2~15.8mm)다.
픽셀 폴드 전용 케이스를 장착한 모습. 김인경 기자
왔다갔다 자연스럽네
실제 사용해본 픽셀폴드의 강점은 매끄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였다. 화면을 반복해 접고 펼 때도 앱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면에 맞춰 전환됐다. 픽셀폴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인 ‘텐서(Tensor) G2’로 구동된다. 여타 폴더블 폰처럼 살짝 접으면 삼각대 없이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고, 화면을 보면서 후면 카메라로 셀피를 촬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
구글은 I/O 발표에서 폴더블 폰 활용법 가운데 하나로 ‘듀얼 스크린 번역’을 소개했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화면을 펴고 번역기를 열면, 각자의 언어가 서로의 화면에 표시돼 즉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IT 전문 매체 씨넷은 “드문 시나리오일 순 있지만 1개의 화면만 있는 보통 폰에서는 불가능한, 폴더블 폰의 활용법”이라고 평가했다.
폴더블 폰 시장 커질까
그래서, 픽셀폴드는 삼성이 4년간 갈고 닦은 폴더블 폰 시장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구글은 ‘안드로이드 폰은 이렇게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레퍼런스폰을 만들어왔다. 2010년 HTC의 ‘넥서스 원’으로 시작해, 2016년 ‘픽셀’부터는 구글이 직접 제품을 설계해왔다. 2021년을 기점으로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 ‘텐서’를 탑재했다. 이번에는 직접 완제품으로 폴더블 폰을 공개한 것.
미국 시장조사기관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폴더블 폰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여전히 비싸고, 두껍고, 무겁고, 여닫기 불편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접히고도’ 얇고 가벼운 폴더블 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갤럭시Z폴드4의 S펜처럼 ‘가심비’를 충족해줄 ‘원 모어 띵(one more thing)’이 필요할 전망. 업계에선 구글의 참전으로 폴더블 폰에 특화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개발되면, 폴더블 폰 생태계의 성장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식 판매는 6월부터다. 현재 공식 발표된 출시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4개국.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