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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PI 상승률 2년만 최저인데…“Fed 당분간 매파” 전망, 왜?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에 힘이 실렸다. Fed는 당분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경제 지표를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과 비교해 4.9%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면서, 시장 전망치(5.0%)를 소폭 하회했다. 미국 CPI는 지난해 6월에 전년 대비 9.1% 오르면서 41년 만에 최고치(상승률 기준)를 기록했다.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가 상승률 완화는 1년간 이어진 Fed의 고강도 긴축 중단에 가장 필요한 신호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Fed가 원하는 것보다 느리긴 하지만, 긴축 정책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5.00~5.25%)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는 비율이 11일 오전 현재 90% 수준이다. CPI 발표 전날(78.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점도 시장이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8일 Fed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급격한 신용 경색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려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은행은 SVB 사태 전후로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Fed의 1분기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에 나타났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Fed의 의도보다 경기 하강이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물가 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 데다가, 근원 CPI가 여전히 견고해서다. 지난달 미국 근원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5.5% 상승하며, 3월(5.6%)보다 상승률을 0.1%포인트 소폭 낮추는 데 그쳤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근원 CPI는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해 장기적 추세의 물가지수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할 때 근원 CPI를 중시한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주거비 상승이 전체 근원 CPI 상승분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외에 중고차 가격도 전월보다 4.4%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물가상승률이 완화된 것은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고 유가가 안정됐기 때문이라면서도, 높은 임금인상률 등 물가 상승을 지속하는 요인들이 여전하다고 짚었다.

높은 임금인상률은 서비스 물가를 자극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예측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 기대 물가상승률은 각 경제 주체들이 예측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의미하는데, 실제 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앞으로 물가가 계속 높을 거라고 생각해, 임금과 상품 가격을 미리 올리는 식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4%, 전월 대비 0.5% 올랐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4.2%와 0.3%였다.

전문가들은 Fed가 매파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지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오렌 클락킨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연말까지 매파적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강하게 오르는 서프라이즈가 있으면 지체 없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봤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 경색이나 상업용 부동산 문제 등이 심각하지 않는 한 Fed는 ‘얕은 침체’를 감수하면서 금리를 연내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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