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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장경태 '빈곤포르노' 공방까지…'코인 설전' 커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국(41)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원 가상화폐(코인)’ 논란이 불붙자 여야 청년 정치인이 온라인에서 격렬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40)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김 의원을 두둔한 장경태(40) 민주당 의원을 비판했다. 배 의원은 “가난하지도 않은 자들이 매체에 나와서 가난을 거짓으로 팔면서 후원금을 유도하는 것은 ‘빈곤 포르노’”라며 “장 의원의 수준에 맞게 처음부터 ‘정치 앵벌이’라고 써드릴 걸 그랬다”고 적었다. 전날 배 의원이 김남국·장경태 의원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듯한 발언을 한 2019년 방송 화면을 캡처해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한 걸 장 의원이 “무식한 배 의원”이라고 반박하자 이날 재차 ‘정치 앵벌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K-웰니스, 국가전략산업으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K-웰니스, 국가전략산업으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들이 ‘빈곤 포르노’ 공방을 벌인 건 지난해 11월의 전적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질환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장 의원이 “빈곤 포르노”라고 규정해 논란이 컸었는데, 이번에 배 의원이 되갚아주자 장 의원이 발끈한 것이다.

되치기를 당한 장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장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무식을 자랑하는 배 의원에게 친절하게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다”며 ‘빈곤 포르노’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배 의원은 독해 능력이 떨어져서 이해가 안 되느냐”며 “빈곤 포르노를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은 이 단어가 성적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장 의원은 지난 8일에도 “김 의원은 뜯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분”이라며 적극 두둔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예찬(35)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김남국 사태’가 벌어지자 진즉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 8일 김 의원이 코인 의혹과 관련한 자산 거래 내역을 공개하자 “김 의원은 울지 말고 천천히 대답하라”며 “대체 무슨 정보가 있었길래 보유하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다 팔고 9억원을 ‘위믹스’라는 김치코인에 투자한 것이냐”고 적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예찬이’만큼은 어느 정도 산수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냐”라고 비꼬았다. 이틀 뒤인 1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한 장 최고위원은 “그럴만한 사이가 아닌데도 김 의원이 (내게) 말을 놓았다”며 “멘탈이 붕괴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키보드 배틀(Keyboard Battle·온라인 설전)’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이준석(38)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의원이 쏜 유탄을 맞고 설전에 자동 참전했다. 코인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일 김 의원이 억울함을 표시하며 “국민의힘 이준석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선거 3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면 자랑이 되는 것이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투자해서 돈을 벌면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이 전 대표를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브루클린 제주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브루클린 제주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부터 열심히 김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비운의 투자자 김남국”이라며 고점이 아닌 저점에서 코인을 팔아 수익을 얼마 남기지 않았다는 취지의 김 의원을 비꼬거나 “굉장히 모험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고 직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김 의원이 ‘곽상도 50억’처럼 이번 의혹이 꼬리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야 청년 정치인이 코인 문제로 키보드 배틀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는 건 이 사안이 2030세대의 여론을 흔들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7%로 민주당 33.8%보다 높았다. 코인 거래를 많이 하는 연령대인 18~29세 응답자 중에서도 국민의힘(28.9%) 지지자가 민주당(26.2%) 지지자보다 많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4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4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돈 봉투 의혹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5%포인트 정도 높았는데, 코인 논란으로 지지율 순위가 확 뒤집혔다”며 “특히 코인 거래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 청년 정치인이 앞장서서 참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도 2030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10일 민주당은 김 의원 관련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김 의원에게는 코인 매각을 권유했다. 김 의원도 이날 매각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층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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