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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경상수지 ‘턱걸이 흑자’… 배당금 빠져나가는 4월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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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의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간신히 흑자 전환했다.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65억 달러나 적은 ‘턱걸이 흑자’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승용차 수출 호조에 상품수지 적자 폭이 줄었다. 또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배당소득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0억 달러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 달러 흑자다. 지난 1~2월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흑자 전환이다. 다만 흑자 폭은 작년 3월(67억7000만 달러)보다 65억 달러나 적었다. 1분기에 쌓인 적자 규모는 44억6000만 달러로,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1분기(-12억9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나마 흑자가 된 건 투자소득 등을 집계하는 본원소득수지가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국내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 수입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31억5000만 달러)가 1년 전보다 28억6000만 달러나 늘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 현지에서 세금을 내면 국내에서 또 과세하지 않도록 법인세를 개편한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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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출 부진과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상품수지·서비스수지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상품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적자로 1년 전보다 66억9000만 달러 줄었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째 적자인데 이는 외환위기(1996년 1월~1997년 4월) 당시 16개월 연속 적자 이후 가장 길다. 세부적으로는 수출(564억 달러)이 작년 3월보다 12.6% 줄었다.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5.6% 늘었지만, 반도체(-33.8%), 가전제품(-44.7%) 등이 부진했다.

서비스수지는 19억 달러 적자로, 1년 전보다 20억8000만 달러 줄었다. 수출화물 운임이 줄어 운송수지(-2000만 달러)가 적자 전환한 가운데 해외여행 확대로 여행수지(-7억4000만 달러) 적자 규모는 커져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상수지 3개월 연속 적자는 피했지만, 상반기 내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무역수지는 4월에도 26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월에는 국내 기업의 연말 결산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는 만큼 본원소득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외국인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배당소득 수지는 35억9000만 달러 적자였다. 다만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배당지급 규모가 작년보다 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수입은 4월에도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도 최근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4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소폭 흑자 혹은 소폭 적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고비를 넘기더라도 연간 경상수지 흑자 폭은 기존 전망치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어서다. 이달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160억 달러)를 지난 2월 전망치(275억 달러)보다 크게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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