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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정책 경고한 윤 대통령, 다음날 산업부 2차관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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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 위에 배를 타고 가는데 배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이런 비유를 들며 “속도를 더 내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인사 조치까지 거론하며 이념적 환경정책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한 데 이어 국정개혁 과제에 대한 가속도를 주문한 것이다. 또 곧바로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강경성 현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교체하는 등 인적 개편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며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안보, 반시장·비정상적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집권 2년 차 국정 방향을 두고는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동현장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찬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같이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자유와 혁신의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대통령실 기자실도 깜짝 방문했다.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우리가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하는데 좋은 지적도 해줘서 지난 1년 일을 나름대로 잘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향이 잘못되거나 속도가 좀 빠르거나 늦다 싶을 때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서 정부를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이 없어졌는데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는 “하여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음악회에 참석했다. 또 SNS에는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공직사회 기강 다잡기 기조 속에 ‘정부·대통령실 2기 인적 개편’을 향하는 기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용산 참모진 개편에 대한 의지가 있다”며 “행정관급을 시작으로 비서관, 수석급 이상 순의 ‘보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수석과 비서관 등이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장 교체와 맞물려 개각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관가에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장관급은 국회 청문회 문턱이 있기에 일단 차관(급)부터 물갈이에 들어가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 차관 인선에 따라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이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옮기고, 새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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