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죄는 사형과 무기징역만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1심에서 (이정학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는지…,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해보겠다.”
발생 21만에 해결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렇게 밝혔다. 1심 선고 기준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지난해 9월 2일 21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살인사건'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대전고법 제1형사부(송석봉 부장판사)는 10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승만(53)과 이정학(52)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승만은 검·경 수사는 물론 재판과정에서 “권총을 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반면 이정학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이승만이 권총을 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 "(1심) 유기징역 선택 잘못"
항소심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데 1심 재판부가 이정학만 유기징역형을 선택했다”며 “누범 가중과 정상 참작 등을 고려해 선고형을 정할 수 있지만, 유기징역을 선택한 것을 잘못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권총강도 살인사건 피고인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항소심이 10일 오후 대전고법에서 시작했다. 신진호 기자
이날 재판에서 이승만 변호인은 “권총을 누가 쐈는지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피고인(이승만)이 이정학(상피고인)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직접 심문이 필요하다”며 이정학을 증인으로 신청해달라고 했다. 반면 검찰과 이정학 변호인은 이미 1심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심문을 통해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1심, 이승만 '무기' 이정학 '징역 20년' 선고
지난 2월 17일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승만은 살상력이 높은 권총으로 피해자를 직접 겨냥해 조준 사격을 했다”며 “그런데도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공범 범행으로 돌리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고 밝혔다.
![2001년 12월 21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 권총강도 사건' 옹의자 인상창의. [사진 대전경찰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5/10/28534049-30de-4ff3-9b3d-a0bab203ddcf.jpg)
2001년 12월 21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 권총강도 사건' 옹의자 인상창의. [사진 대전경찰청]
공범인 이정학에 대해서는 “이승만 지시에 따라 범행에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 점, 이정학 자백으로 장기 미제 사건 경위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만 "권총 쏘지 않았다” 일관되게 혐의 부인
앞서 지난 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승만에게 사형,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당시 이승만은 최후 변론에서 “지금이라도 죽어달라면 죽어주겠지만, 총을 쏜 건 분명히 내가 아니다. 검사는 끝까지 (내가) 총을 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정학은 “언젠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30일 대전경찰청 백기동 형사과장이 2001년 12월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의 피의자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5/10/e2ac21ee-dfe6-4009-a28d-342a99b93814.jpg)
지난해 8월 30일 대전경찰청 백기동 형사과장이 2001년 12월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의 피의자 검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3억원이 들어있는 현금 가방 1개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김모(당시 45세) 과장이 권총에 맞아 숨졌다.
1심 직전 이승만 '백 경사 이정학이 살해" 경찰에 편지
한편 이승만은 1심 선고 나흘 전인 2월 13일 전북경찰청에 “전주 백선기 경사 살해 사건 범인이 이정학이며 사라진 총기 위치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승만은 “울산시내 한 숙박업소 화장실 천장에 권총을 숨겼다”고 진술했고 수색 결과 38구경 권총 1정이 발견됐다. 이 권총은 2002년 9월 20일 0시50분쯤 전북 금암2파출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백선기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총기와 일련번호가 일치했다.

지난해 9월 2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전경찰서에서 열린 범인검거 유공자 특진 임용식 및 표창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