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에 따라 사실상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마지막 추징금 55억원이 법정 다툼의 대상이 됐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오산시 땅을 관리하던 신탁사가 행정소송 패소로 공매 수익 55억원을 빼앗길 위기에 몰리자 추징 집행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서다.
서울고법 형사1-3부(서경환 한창훈 김우진 부장판사)는 10일 교보자산신탁이 제기한 재판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의신청 대상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오산시 임야 5필지 가운데 3필지 땅값 55억원이다.
검찰은 지난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오산시 땅 5필지를 압류했다. 2017년 공매에 넘겨 추징금 몫으로 75억6000만원이 배분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2필지 몫20억5200만원이 국고로 귀속됐다. 나머지 3필지 몫 55억원에 대해서도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추징금 배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교보자산신탁은 집행 절차 종료 시점을 문제 삼으며 서울고법에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대리인 측은 이 55억원의 배분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종료 전인 2021년 전 전 대통령이 사망했기 때문에 추징 절차를 멈추고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된다.
교보자산신탁 측 대리인은 “압류와 공매 대금 배분이 처분 시 기준으로는 적법하나 피고인 사망으로 더 이상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며 “집행불능을 선언하고 압류처분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전 전 대통령 사망 전에 이미 집행이 완료됐다며 55억원은 국고에 귀속돼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다. 검찰은 “5필지는 공매로 매각돼 제3자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신청인은 배당기일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1주일 이내에 공매 대금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아 관련 법률에 따라 확정되고 배분 절차가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종결하고 추가 의견서를 받아 검토한 뒤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툼 대상이 된 55억원은 전 전 대통령 사망에 따라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추징금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지금까지 1282억2000만원을 환수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이 5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67억원은 소급 입법이 없다면 환수가 불가능하다.
한편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이날 전두환 일가 불법 재산 환수를 위한 ‘전두환 추징3법’의 상임위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국회의원과 함께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친손자의 폭로로 일가의 은닉 재산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끝까지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보자산신탁은 “당사는 ㈜비엘에셋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신탁받아 소유권을 관리하고 있는 신탁사로서 서류상 소송의 당사자가 되지만, 실질적인 소송의 주체는 해당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준 부림저축은행 등 9개 금융기관”이라고 알렸다.
교보자산신탁에 따르면 부림저축은행 등 9개 대주단은 토지를 담보로 2009년 전재용씨가 대표이사였던 ㈜비엘에셋에 250억원을 대출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