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한 말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유출로 공천 개입 논란에 휩싸인 이 수석에게 안 의원이 ‘반격’을 했다는 점에서 즉각 화제가 됐다. 3·8 전당대회 당시 안 의원이 ‘윤·안(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연대’ 표현을 사용하자 이 수석은 “대통령을 (대표 경선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고 말했었다. 당시 이 수석의 발언을 기점으로 안 의원에 대한 당내 공격이 거세지면서 경선 판도는 김기현 대표에 급속도로 기울었는데, 두 달여 만에 안 의원이 되돌려준 셈이다.
최근 안 의원의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를 내뱉는 것에도 거리낌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안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과의) 선거 연합도 파괴되고 통치 연합도 조금씩 좁아지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가 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전 선행돼야 할 작업들이 많은데 그 부분이 미흡하다”거나 “인재 폭이 좁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서도 “2030세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중도층의 부정평가가 65%를 넘은 지 오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 “안 의원이 벌써부터 차기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당대회 뒤 한 달 반 정도 휴지기를 가진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부터 기자단에 본인의 일정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가 아닌 평의원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일정 공지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는 특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토크콘서트’ 행보도 재개했다. 2011년 처음 정치를 시작한 안 의원은 ‘청춘콘서트’로 이름을 날리며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고 단숨에 대선 주자로 올라섰었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에서 ‘공부의 신’ 강성태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연 데 이어 다음달 21일과 24일엔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주제는 교육법과 건강 등 정치와 거리가 먼 소재지만 질의응답 과정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가 다뤄질 전망이다.
안 의원의 행보와 메시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키워드는 이른바 ‘중·수·청’으로 불리는 중도·수도권·청년이다. 모두 내년 4·10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에도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하며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사람이 대표가 돼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작년 6월 1일 재·보궐선거에 나갔을 때도 제 지역(성남 분당갑)만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니라 외부 지원유세를 50회 했다”며 “서울·경기·인천까지 많은 사람들을 당선시키는데 나름대로 공헌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도 주로 중·수·청 민심을 고리로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 리스크는) 지난 전당대회가 당심 100%로 치러진 것부터 시작됐다”며 “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징계 여부보다 현 지도부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게 정말 우려스럽다”며 “전당대회가 끝나고 분위기가 업(up) 됐을 때 그걸 가라앉히고 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를 잡는 것도 당 대표의 역할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안 의원이 점차 화력을 끌어올리자 당내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안 의원의 ‘험지 출마론’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안 의원이 (당이 말하기 전에) 자원해서 (험지로) 가주면 가장 고맙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안 의원은 “2년만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