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지지율 20%대" 당정 때리며 '마이웨이' 달리는 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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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정책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정책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한 말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유출로 공천 개입 논란에 휩싸인 이 수석에게 안 의원이 ‘반격’을 했다는 점에서 즉각 화제가 됐다. 3·8 전당대회 당시 안 의원이 ‘윤·안(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연대’ 표현을 사용하자 이 수석은 “대통령을 (대표 경선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고 말했었다. 당시 이 수석의 발언을 기점으로 안 의원에 대한 당내 공격이 거세지면서 경선 판도는 김기현 대표에 급속도로 기울었는데, 두 달여 만에 안 의원이 되돌려준 셈이다.

최근 안 의원의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를 내뱉는 것에도 거리낌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안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과의) 선거 연합도 파괴되고 통치 연합도 조금씩 좁아지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가 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전 선행돼야 할 작업들이 많은데 그 부분이 미흡하다”거나 “인재 폭이 좁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서도 “2030세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중도층의 부정평가가 65%를 넘은 지 오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25일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사진기자단

2022년 4월 25일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 “안 의원이 벌써부터 차기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당대회 뒤 한 달 반 정도 휴지기를 가진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부터 기자단에 본인의 일정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가 아닌 평의원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일정 공지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는 특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토크콘서트’ 행보도 재개했다. 2011년 처음 정치를 시작한 안 의원은 ‘청춘콘서트’로 이름을 날리며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고 단숨에 대선 주자로 올라섰었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에서 ‘공부의 신’ 강성태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연 데 이어 다음달 21일과 24일엔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주제는 교육법과 건강 등 정치와 거리가 먼 소재지만 질의응답 과정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가 다뤄질 전망이다.

안 의원의 행보와 메시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키워드는 이른바 ‘중·수·청’으로 불리는 중도·수도권·청년이다. 모두 내년 4·10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에도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하며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사람이 대표가 돼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작년 6월 1일 재·보궐선거에 나갔을 때도 제 지역(성남 분당갑)만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니라 외부 지원유세를 50회 했다”며 “서울·경기·인천까지 많은 사람들을 당선시키는데 나름대로 공헌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5월 7일 열리는 '안철수와 공부의신 강성태, 챗GPT 시대 우리아이 잘 가르치는 법' 토크 콘서트(왼쪽)와 5월 24일 '안철수X김병기 건강 토크콘서트' 포스터. 사진 안철수 의원실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5월 7일 열리는 '안철수와 공부의신 강성태, 챗GPT 시대 우리아이 잘 가르치는 법' 토크 콘서트(왼쪽)와 5월 24일 '안철수X김병기 건강 토크콘서트' 포스터. 사진 안철수 의원실 제공

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도 주로 중·수·청 민심을 고리로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 리스크는) 지난 전당대회가 당심 100%로 치러진 것부터 시작됐다”며 “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징계 여부보다 현 지도부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게 정말 우려스럽다”며 “전당대회가 끝나고 분위기가 업(up) 됐을 때 그걸 가라앉히고 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를 잡는 것도 당 대표의 역할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안 의원이 점차 화력을 끌어올리자 당내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안 의원의 ‘험지 출마론’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안 의원이 (당이 말하기 전에) 자원해서 (험지로) 가주면 가장 고맙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안 의원은 “2년만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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