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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애플 뒤집을 묘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삼성·애플 40년간의 기묘한 인연

삼성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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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1월, 28세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을 찾았다. 73세의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이 직접 마중 나와 있었다. 잡스는 자신이 꿈꾸는 휴대용 PC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온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삼성전자가 2류 전자제품이나 만드는 회사였다. 이후 두 사람은 양사 간 공급 계약은 물론 미래 전자업계에 대한 꿈을 서로에게 공개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시작한 삼성과 애플은 현재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기묘한 구도 속에 있다. 데이비드 요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과 애플의 관계를 두고 “샴쌍둥이처럼 서로에 묶인 채 직접 경쟁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두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두 기업의 지난 20년간 경영 성적을 비교해 보면 ‘애플의 판정승’이 유력하다. 기업 가치를 말해 주는 시가총액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은 2019년 1000조원, 2020년 2000조원을 돌파했으며(연말 기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약 3596조원이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2020년 말 483조원대까지 늘었다가 현재는 386조원대로 애플의 9분의 1 수준에 그친다.

1983년 11월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만난 고(故)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왼쪽)과 당시 28세의 스티브 잡스(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1983년 11월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만난 고(故)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왼쪽)과 당시 28세의 스티브 잡스(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이 같은 격차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많은 사람은 삼성이 자신만의 제품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꼽는다. 강태진 전 삼성전자 미디어서비스부문 수석부사장은 “삼성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에서 성공의 유전인자(DNA)가 자리 잡지 못했었다”며 “적어도 10년은 바라보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은 2014년을 기점으로 자체 소프트웨어·콘텐트 개발 조직인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해산하고, 상당수 서비스를 구글로 넘기는 등 소프트웨어 확장 시도를 사실상 중단했다. 반대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강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삼성의 ‘뒤집기 전략’은 무엇일까. 의외로 해답의 실마리 역시 하드웨어에 있다. 애플에는 없지만 삼성엔 있는 것이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세트(완제품) 업체다. 반도체만 잘 만드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세트 부문이 책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TV와 냉장고·세탁기에서 글로벌 선두를 다툰다. 하드웨어를 이렇게 두루두루 잘 만드는 회사도 전 세계에 삼성밖에 없다. 삼성의 주요 디바이스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만큼 이를 묶어줄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을 연결, 주도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시 애플을 제치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2008년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모바일·TV·가전·스마트 기기와 그 사용자를 다 합치면 전 세계에 삼성만큼 많은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는 없다”며 “삼성의 모든 세트 부문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가전과 무선 부문을 더해 통합 세트 부문인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 부문’을 출범시켰다. 갤럭시 사용자의 경험을 그대로 삼성의 TV와 가전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은 폴더블·롤러블 같은 새로운 폼팩터와 주요 부품 공급자라는 강점을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용성 개선을 위해 소프트웨어·커뮤니티 등을 함께 개발·제공하면서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연구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47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반도체·스마트폰 등에서 세계 1등을 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삼성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삼성의 진짜 경쟁력이 알고 싶은 분들께 인사이트를 드립니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삼성연구(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47)’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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