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전 밥 그대로…어버이날, 70대 5·18 유공자 쓸쓸한 죽음

고독사 일러스트. 중앙포토

생활고에 시달린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어버이날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9일 광주 서구와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 한 주택에서 7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5.18 유공자이다. 그는 5.17 비상계엄 해지를 요구하는 군중에 합류했다가 붙잡혀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고 이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계엄군에게 온몸을 두들겨 맞으며 고초를 당한 그는 200여일간의 구금 후 풀려나 이듬해 3월 사면 받고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계엄군의 폭행 탓에 다리에 장애를 입은 A씨는 십수년을 홀로 지내며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4월 1인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은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가 숨지고 나서 집안을 둘러본 홀몸노인 돌봄 관계자는 “사흘 전 지은 밥이 고스란히 남겨진 밥통 뚜껑을 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구 관계자는 “말투가 투박하신 분이었지만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