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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AI 번역 ‘딥엘’ “한국어 번역 수요 늘어”...8월 유료서비스 출시

중앙일보

입력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딥엘(DeepL) 최고경영자(CEO)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eepL Pro 출시 계획 및 한국 시장 공략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딥엘(DeepL) 최고경영자(CEO)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eepL Pro 출시 계획 및 한국 시장 공략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 ‘딥엘(DeepL)’이 오는 8월 AI번역 구독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한다. AI 번역 시장을 두고 구글, 네이버, 딥엘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딥엘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서울 역삼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8월 딥엘의 유료 서비스인 ‘딥엘 프로(Pro)’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딥엘은 1회당 5000자까지는 31개국어로 무료 번역해주지만, 딥엘 프로를 유료 구독하면 글자수 제한없이 쓸 수 있다. 또 파일 통째로 번역할 수 있는 횟수도 기존 3회(무료 서비스)에서 최대 100회까지 늘어나고, 문서 용량 한도도 늘어난다. 또 유료 구독자가 번역기에 입력한 문장은 딥엘의 AI 학습 데이터에서도 빠진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유료 고객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하면 기업의 기밀과 내부 정보를 외부 누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업이야?

딥엘은 2017년 독일 쾰른에 설립됐다. 직원은 500여 명. 창업한 해에 바로 출시한 AI 번역은 문맥을 잘 읽고, 상황에 맞는 단어를 적확하게 골라 번역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딥엘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글 등 다른 AI 번역보다 “3배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투자(투자금액 비공개)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0억유로(약 1조4500억원) 수준이다.

한국 시장에 왜?

딥엘 측은 지난 1월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줄곧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딥엘 측은 기존 계획보다 한국 내 유료 서비스 출시 시점을 당겼다고 밝혔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이날 “한국어 번역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수년 내에 한국이 딥엘의 5대 시장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망의 근거로 시장 규모 등 구체적인 지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이 전 세계와 연결된 수준이 높은 덕에 번역 서비스 수요가 많고, AI 번역에 대한 사용자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복잡한 탓에 (정확한 AI 번역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경쟁 상대는?

딥엘의 국내 시장 경쟁 상대는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다. 딥엘은 기업들의 AI 번역 수요(B2B)를 공략할 전망이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구글과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AI번역 서비스도 나름의 장점과 사업 전략이 있겠지만, 딥엘이 집중하는 점은 번역의 품질”이라며 “기업에서 실무자가 딥엘의 번역 품질에 만족하고, 이를 본 기업 경영진이 회사 전체에 딥엘을 도입하는 모델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딥엘은 단어와 문장구성 등 ‘디테일’에서 남다른 정확성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딥엘로 미국의 문학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앞 부분에 나온 문장을 번역한 모습. [사진 딥엘 캡처]

딥엘은 단어와 문장구성 등 ‘디테일’에서 남다른 정확성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딥엘로 미국의 문학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앞 부분에 나온 문장을 번역한 모습. [사진 딥엘 캡처]

특히 그는 딥엘이 법률·금융 등 전문 분야 번역에 강점이 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딥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군은 법률 서비스나 금융 감사처럼 전문 용어가 빈번하게 쓰이고 대량의 문서를 번역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건 알아야 해

딥엘이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인 만큼,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각종 AI 관련 규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U는 AI의 위험성을 분류한 뒤, 위험 정도에 따라 출시를 금지하는 등 내용의 ‘인공지능에 관한 통일규범(인공지능법)’ 제정을 추진 중이고, IT 기업이 보유한 각종 정보(데이터)를 사용자와 정부에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데이터법(Data Act)’ 제정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현재 제정안대로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최근 유럽 IT 기업들이 EU의 규제 움직임에 우려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독일 SAP, 지멘스 등 유럽의 5개 IT기업 대표들은 유럽집행위원회(EC) 등에 ‘데이터 법(Data Act)’ 추진에 반발하는 성명을 보냈다. 유럽의 헬스케어 기업 브레인랩(Brainlab)의 스테판 빌스마이어 대표는 서한을 통해 “데이터법으로 인해 기업이 사업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하게 되면 유럽 경제가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딥엘의 쿠틸로브스키 CEO는 이러한 규제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실제 규제는 통과되기 직전까지 정확한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AI는 강력한 도구고, 사회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사용해서는 안될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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