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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휴대폰 버려 깡통상태"…강래구 '입' 매달리는 검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위원이 구속되면서 검찰이 자금 조성과 전달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돈봉투 살포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통화녹음에 자주 등장하는 강 전 감사의 혐의를 입증해야 수사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다음주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소환할 예정이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키맨' 강래구, 검찰에 입 열까…혐의 계속 부인 

강 전 위원은 2021년 전당대회 때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뿌려진 것으로 의심받는 돈봉투 9400만원 중 대부분 금액을 조달하고 전달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됐다. 이 사건 첫 구속 사례이자,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지 17일 만이다.

증거인멸 정황이 영장 발부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이 지난달 압수수색 당하기 직전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송영길 전 대표의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시점에 연구소 관계자와 연락한 사실을 파악했다.

강 전 위원은 여전히 돈봉투를 만들거나 전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모씨와 소통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강 전 위원에게 변론 전략을 상담해준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강 전 위원은 자금 조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송 전 대표 보좌관 박씨와 친분이 없기 때문에 전달에 관여한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강래구→박씨→이정근→윤관석→민주당 의원들’ 순으로 돈이 전달됐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강 전 위원은 그 초기 단계인 박씨와 연결고리가 애초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소환 앞두고 강래구 조사 집중할 듯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상태인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 뉴스1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상태인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 뉴스1

반면 검찰에겐 강 전 위원 혐의를 입증하는 게 수사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앞서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은 ‘강 전 위원이 송영길 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지급을 지시·권유하고 직접 실행했을 뿐 아니라,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동료 의원들에게 교부할 돈을 요청받았다’는 등의 범죄 혐의를 열거하면서 강 전 위원을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했다.

다음주로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소환조사를 앞두고 기초사실을 다지는 데도 강 전 위원의 진술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야당 의원 다수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면 다른 피의자들의 진술이 일치할 정도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돈봉투 통화녹음 당사자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검찰 진술이 신빙성을 얻으려면 강 전 위원의 혐의 시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의심받는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는 지난해 12월 프랑스로 출국한 이후 현지에서 폐기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 측이 밝힌대로,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깡통 상태가 맞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부분도 증거인멸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측은 “방문교수로 재직한 프랑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지급해서 기존 전화를 없앤 것”이라며 “증거인멸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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