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니까 부양의무 다해라” 아내 죽은 뒤 장모님의 소송

  • 카드 발행 일시2023.05.10
“편찮으신 어머니를 몇 년째 저 혼자만 열심히 모시고 있어요. 형제들이 병원비를 대주기는커녕 나 몰라라 하는데 너무 괘씸하네요.”

“바람나서 집 나갔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매달 용돈을 내놓으라는데 너무 황당해요.”

“아들이 큰 사고를 당했는데 며느리는 병원비도, 간병도 모른 체하고 이혼에만 급급하네요.”

“동생네 부부 대신 미성년자 조카를 열심히 키워줬더니 당연한 줄 아네요. 돈 한 푼 내지를 않아요.”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죠. 이 사연들을 ‘법대로’ 풀려고 하면요, 소장에는 ‘부양료 심판 청구’라는 이름이 적힙니다. 소개해 드린 네 가지 사연이 다 나름대로 억울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데, 법원이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당신의 법정에서는 ‘부양료 소송’을 요모조모 따져봅니다. 특히 끝부분 ‘당신의 변호사’ 코너에서는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모-자녀 간 부양료 소송 ‘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사건 17. 남보다 못한 아버지, 용돈 달라 ‘부양료 소송’ 

“여보세요? 누구시라고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 김재희(가명)씨는 이 전화를 받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20년 전에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간 아버지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어린 재희씨, 남동생을 버리고 집을 나간 뒤 아이 둘 있는 내연녀와 같이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와 내연녀 사이에도 아이가 생겨 아버지는 애 셋을 키우는 새로운 가장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들었지요.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있었습니다. 동정심이 생기려던 찰나, 재희씨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황당했습니다. 재희씨와 남동생이 합쳐서 매월 110만원을 용돈으로 주지 않으면 부양료 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겁니다. 당뇨와 고혈압, 뇌경색이 있어 병원비로 수백만원이 들어간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