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 '불타는 트롯맨'·TV조선 '미스터트롯2' 방송 포스터. 방송 캡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가수가 인기를 끌면서 자치단체마다 트로트 가수 이름을 붙인 명예도로를 만들고 있다. 이들 도로가 팬클럽 ‘성지순례’ 장소로 손꼽히며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 사천시는 트로트 가수이자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박서진 이름을 딴 ‘박서진길(Parkseojin-gil)’을 만든다고 9일 밝혔다. 사천이 고향인 박서진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박서진 발자취를 찾는 팬과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관광 활성화와 지역 홍보를 위해 조성하게 됐다는 것이 사천시 설명이다.
박서진은 2023년 4월 트로트 가수 브랜드 평판 1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 빅데이터 분석)이며, 포털사이트 팬카페 랭킹순위 2위로 팬덤 층이 강하다. 특히 장구와 트로트 만남이라는 컨셉으로 독특한 공연 무대를 선보이면서 차세대 트로트 황태자라 불리고 있다.
박서진길은 삼천포항 공영주차장∼용궁수산시장∼서부시장∼청널공원 앞∼삼천포대교공원∼실안 선창∼산분령 북측(노을까페거리 인근)까지 총 5.8㎞ 구간이다.

가수 박서진. 사진 사천시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있는 정동원길. 사진 하동군
박서진길은 법정도로명이 아닌 명예도로명으로 5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연장이 가능하다. 명예도로는 자치단체장이 도로구간 전부 또는 일부에 부여할 수 있다. 기업·사람 도덕성, 사회 헌신도·공익성 등을 고려한다. 사천시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안내물 설치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 박서진길 선포식도 한다.
시는 관광객이 박서진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양방향에 명예도로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보드와 포토존, 태양광 로고 라이트 등 조형물도 설치할 계획이다.
트로트 가수명을 붙인 명예도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5월에는 경남 하동에 ‘정동원길(jeongdongwon-gil)’이 생겼다. 하동 진교면 출신인 정동원은 미스터 트롯 방송프로그램에서 본선 5위에 올랐다.
정동원길은 하동군 진교면 백련리 백련마을에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옛 남해고속도로 백련마을 회전교차로∼금남면 하삼천 회전교차로까지 7.2km구간이다. 이 길은 오는 2025년 5월까지 5년간 사용할 수 있다.

트로트 가수 김다현이 지난 2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2집 정규앨범 '열 다섯' 발매 쇼케이스에서 토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로트 가수 송가인. 뉴스1
같은 해 10월에는 MBN ‘보이스트롯’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청학동 국악소녀 ‘김다현길(kimdahyeon-gil·명예도로)’도 하동에 조성됐다. 부친 김봉곤 훈장 본가가 있는 청학동 도인촌 입구~회남재 정상 팔각정 8㎞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외에도 전남 순천시에는 ‘설운도길’, 경북 김천시에는 ‘김호중 소리길’이 조성돼 있다. 유명인 이름이 붙은 명예 도로는 그 자체로 지역 홍보수단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진도군에 있는 ‘송가인길’이다. 전남 진도군은 2020년 8월 트로트 가수 송가인 고향이라는 점을 내세워 ‘송가인길’을 조성해 한때 하루 평균 2000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후 ‘송가인마을’ ‘송가인공원’ 등도 만들었고, 현재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인천 계양구에 2013년 조성됐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 벚꽃길’처럼 유명인이 구설에 휘말리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가수 송가인이 지난달 고향 전남 진도를 찾아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연합뉴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현재 활동 중인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도로명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평판에 따라 하루아침에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 외국에서는 주로 고인이 된 위인 이름을 붙일 때가 많다”며 “셀럽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보다는 고향사랑 기부제 등 단기적인 이벤트에 활용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