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갈데없는 소아환자…야간·휴일 한해 비대면진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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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서울 성북구의 어린이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우리아이들병원

지난달 초 서울 성북구의 어린이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우리아이들병원

정부가 야간·휴일에 한해 소아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번째 진료, 즉 재진(再診)이 아니라 지금처럼 처음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소아 환자가 진료받을 데가 마땅하지 않은 점을 반영하려는 취지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곧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이 이런 움직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5일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에 따른 조치이다. 보건 당국은 곧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나 주의로 낮출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현재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담은 5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 위기 단계 조정 이전에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복지부는 급한 대로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거 20년간 수차례 시행한 시범사업과 달리 이번에는 대상 환자를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국회의 5개 법률 개정안을 기반으로 시범사업 모형을 짜고 있다. 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 의원 발의안에 맞춰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잡았다. 즉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수술·치료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욕창 관찰, 중증·희귀난치 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 등이다. 모든 재진 환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초진 환자가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섬·벽지 거주자나 도저히 초진을 받기 힘든 경우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이다. 국회 계류 중인 법률에도 들어 있다. 다만 특정 질병으로 제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국회 계류 법안에는 섬·벽지 등 의료기관과 거리가 먼 지역(복지부령 위임)에 거주하는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또는 현역 복무 군인 등 의료기관 방문이 곤란한 환자, 감염을 막기 위해 병원 방문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감염병 환자 등은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게 돼 있다.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같은 병으로 장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추가 대상으로 고려하는 환자군이 소아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의 비대면 진료를 따져보니 소아 환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며 "낮에는 대면 진료로 하되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 환자는 밤중에 열이 나면 마땅히 갈 데가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이 소아환자를 받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도 고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밤에 아이들이 이상하다 싶으면 비대면이라도 상담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전화뿐만 아니라 24시간 영상상담도 구축하라”며 24시간 소아 비대면 진료 체계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어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국회에 계류된 5개 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초진 허용' 요구와 약사단체의 약 배송 반대 등의 논란이 일면서 논의가 계속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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