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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으면 자격이 없고, 자격 있으면 돈이 없고…외면받는 ‘청년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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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또 소득 기준에서 제외네요.”

“이런 건 그냥 연봉 상관없이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는 없나요.”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푸념이다. 청년소득공제장기펀드가 출시된 지 한 달 반가량 지났지만, 설정액은 13억원 수준에 그쳤다. 설정액이 1억원에 못 미치는 펀드도 수두룩하다. 업계에서는 예측된 흥행 부진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10년 전이랑 똑같은 소득 기준 등 청년층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란 지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7개(펀드 클래스별 합산) 청년소득공제장기펀드(이하 청년소장펀드) 운용설정액은 13억6300만원에 불과했다. 펀드당 1억원도 채 모이지 않은 셈이다.

설정액이 가장 많은 ‘KB지속가능배당50(채권혼합)’에도 5억7300만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KB한미대표성장청년형소득공제(주식-파생)’와 ‘KB한국인덱스50청년형소득공제(채혼)’ 등 상위 3개 펀드를 제외한 24개 펀드는 설정액이 1억원 미만이다.

청년소장펀드는 청년도약계좌와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금융 정책이다. 연간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대상이다. 대상인 청년이 연 600만원까지 펀드에 납입하면 최대 240만원(납입액의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세율 16.5%를 적용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약 39만6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가입 기간은 최소 3년, 최대 5년이다.

운용업계도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흥행에 애쓰고 있다. 주식형뿐만 아니라 채권혼합형, 배당형과 롱숏펀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이 출시돼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정작 정책 대상자인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장에서 지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낮은 소득 기준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총급여액) 5000만원은 세후 350만원으로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정도만 가입할 수 있는 등 정책 대상이 너무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간 5000만원의 총급여 기준은 2014년 출시된 청년소장펀드와 동일하다. 소득 기준 5000만원에, 납입 금액 6000만원이었다. 약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이전 기준을 고스란히 가져다 쓴 셈이다.

최소 가입 기간 3년 역시 청년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펀드를 환매하면 납입액의 6.6%만큼을 해지 수수료로 추징한다. 올해가 지나면 중간에 펀드 교체도 어렵다. 원금 손실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번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상관없이 3년 이상 유지해야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당장 소득 등 기준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올해를 일몰로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따라 당장 소득 기준을 상향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정책이 연장된다면 관련 지적은 여러 논의를 통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이 큰 다른 상품도 많은 만큼 청년들이 꼼꼼하게 자신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서 가입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 본부장은 “소득이나 내는 세금에 따라서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혜택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서민형)의 비과세 혜택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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