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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본과 자원·에너지 협력” 기시다 “기업이 먼저 나서 달라”

중앙일보

입력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국내 경제6단체장 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국내 경제6단체장 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간 협력 확대에 기업이 먼저 나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국내 재계 수장들이 자원 개발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등에서 교류와 지원을 늘려 달라는 요청에 답변하면서다.

한국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경제 안보, 공급망 확보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단체장들은 자원 개발·에너지·소부장 분야 등에 대한 협력 확대와 지원을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호응하며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45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 한국 측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한일경제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경제계는 12년 만의 ‘셔틀 외교(두 차례 정상회담)’ 복원을 환영한다며 경제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날 구체적 논의가 오가지 않아 아쉽다는 견해도 나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자원 개발, 공급망 확보, 제3국 공동 진출, 에너지와 소부장 분야 협력 등 경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經團聯)이 설립하기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이르면 이날 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뒤 오는 10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행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 대한 논의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 일본 소부장 기업 간 공조를 강화하는 방침에 양측이 공감한다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분야에 대해서도 구체적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사진은 이날 기시다 총리를 만난 경제6단체장. 윗줄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사진은 이날 기시다 총리를 만난 경제6단체장. 윗줄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 “경제 협력과 공급망에 관해 전체적인 얘기를 나눴다”며 “포괄적으로 양국 경제계가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미래를 향한 발전적 관계가 필연적”이라며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벤처·에너지 등 분야에 대한 상승 효과를 숫자화하는 것이 목표이고, 많은 일본 기업인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희귀 광물자원 확보나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 재개 후 기업들과 교류 협력을 위해 일본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새로운 경제·무역 환경에 대응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국 경제계가 한·일 관계에 끼친 공헌에 경의를 표하며 한·일 경제 발전에 대해 기탄없이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양국의 상호 이해와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과거에 불편한 것들을 빨리 털고 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가서 얻을 것이 많다”며 “한·일 간 협력에 있어 기업이 먼저 나서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한국 조사단이 가는 것에 흔쾌히 동의해줘 감사하다고 표명했다”며 “총리가 온화하고 협력적으로 말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자열 회장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수립됐다”며 “해외 자원 공동 개발, 제3국 공동 진출 등에 대해 제안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해 나흘간 현지 정·재계 인사를 면담할 계획이다.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 부장관,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 부장관,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김기문 회장은 “소부장 분야 중소기업들이 일본 중소기업과 원만한 거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건의했다”며 “원천 기술은 일본이 앞서 우리가 일본에서 부품·소재를 가져다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하면 서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최진식 회장은 “정치적으로 관계가 풀리면 양국 기업이 활동하는 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한·일 관계는 감정보다 이성으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총리에게 전했더니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회동을 환영하며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일본이 수출 절차 우대국인 ‘화이트 리스트’ 국가로 한국을 재지정한 것은 양국 산업 간 큰 상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논평했다. 상의는 이달 말 간사이경제연합회와 온라인 간담회에 이어 다음 달 9일 6년 만에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부산에서 재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경제 협력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과거사에 대해 일본 측에 성의 있는 답변을 지속해서 요구하되, 이와 별개로 경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해 양국이 같은 입장을 취할 수도 있는 만큼 일본과의 협력은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삼성과 애플이 경쟁하며 협력하는 것처럼 한·일 경제계가 지금의 대립 관계를 협조적 긴장 관계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다만 이날 경제 협력 측면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배터리 공동 대응, 아프리카·남미 같은 제3국에 대한 협력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간담회를 끝으로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뒤 서울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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