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1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플랫폼 기업의 주요 수입원인 디지털 광고 수입에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커머스와 콘텐트 사업에서 선방했다. 네이버는 당분간 인수합병(M&A)을 자제해 곳간을 지키되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려 초거대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슨일이야
8일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6%, 9.5%씩 늘어났다. 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매출 2조2734억원, 영업이익 3171억원)를 소폭 웃돌았다.
◦ 콘텐트·커머스는 선방: 1분기 네이버 커머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6057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C2C(개인 간 거래) 패션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가 지난 1월 초 완료돼 이번 분기부터 네이버 연결 실적에 반영된 덕이다. 포시마크 편입 효과 제외 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최 대표는 “소비심리 둔화와 오프라인 활동 증가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평균 성장세가 둔화했음에도 네이버는 성장률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콘텐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해 4113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보다는 6% 감소했지만, 네이버는 마케팅 축소나 운영 감축에도 웹툰의 글로벌 통합 거래액(4122억원)이 증가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광고 사업엔 노란불: 불황의 여파를 완전히 피해가진 못했다. 총 매출 중 비중이 가장 큰 서치플랫폼 매출(8518억원)은 지난해 1분기 대비 0.2%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직전 분기 매출에 비해선 7.1% 줄었다. 검색 광고는 전년동기 대비 5.3% 성장했으나, 배너 위주의 디스플레이광고(DA)가 전년동기 대비 13.1% 줄었다. 지난해 2000억원대를 유지하다 이번 1분기에는 1923억원으로 떨어진 것. 최 대표는 “브랜딩 목적으로 활용되는 고정형 광고, 특히 PC 내 광고가 경기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이를 위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는 어떻게?
최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주서한도 발송했다. 3개년(회계연도 2022년~2024년) 주주환원 계획과 자사주 특별 소각 계획이 핵심. 네이버는 일단 향후 3년간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FCF(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전액 현금 배당한다. 이와 별개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8% 중 3%를, 향후 3년간 매년 1%씩 특별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서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자사주 보유 비율을 5% 이내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네이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56% 오른 20만7000원(종가 기준)에 마감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위축이 장기화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 대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용 효율화 전략이 더욱 구체화된다면 수익성 개선 시점도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AI 전략은
◦ AI와 B2B: 올해 여름에는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을 예정. 최수연 대표는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대규모 생성형 AI 빅모델을 개발했다”며 “높은 성능에도 타사 대비 4분의1 이상 절감된 비용으로 운영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퍼클로바X 기반 기업용 AI 상용화 전략도 언급했다. 최 대표는 “고객사 데이터와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클로바 스튜디오’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뒤 이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보안 우려 없이 생성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오픈AI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기업향 구독 모델인 ‘챗GPT 비즈니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 AI와 B2C: 검색 뿐 아니라 쇼핑, 블로그, 지식인 등 주요 서비스 전반에도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다. 먼저 하이퍼클로바X 모델을 검색 서비스에 적용해 챗GPT 이후 달라진 검색 트렌드에 대응할 예정. 최 대표는 “사용자별 최적화된 검색이 가능한 생성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상반기 내 사내에서 베타 테스트하고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색 의도를 빠르게 파악해 원하는 검색 결과로 연결되도록 검색 화면도 하반기에 개편한다.
글로벌은 어때
지난해 3월 최 대표가 취임하며 강조한 전략은 ‘글로벌 네이버’. 그는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네이버 커머스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포시마크는 당초 2024년 목표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세금·이자 등 차감 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조기에 달성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시마크는 최근 대다수 미국 패션 C2C 플랫폼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재구매 고객을 늘리며 지속 성장했다”며 “지난달엔 라이브커머스 기능인 ‘포시 쇼 라이브’를 도입했더니 연환산 기준 1조원 가까운 라이브 거래액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말 네이버웹툰의 흑자전환이 이뤄지면 내년 북미 증시에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 웹툰 사업의 손실 규모는 241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해 손실폭이 79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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