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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 꺾이자 美·英 집값 반등…고개드는 '집값 바닥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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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매물로 내놓은 주택. [연합뉴스=신화통신]

미국 워싱턴DC에 매물로 내놓은 주택. [연합뉴스=신화통신]

금리 급등 여파로 큰 폭으로 떨어졌던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집값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 이후 2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국내 상황과 비슷하다. 금리 오름세가 둔화한 데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려온 주요 도시의 집값이 상승 전환하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영국건축협회(NBS)에 따르면 영국의 주택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0.5%(512.93→519.55) 상승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지속한 내림세를 마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7% 내린 수치다.

영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546.1) 이후 6.1%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NBS는 “올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노동 시장 여건이 좋아진다면 주택 구매 심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캐나다도 지난 3월 주택가격지수(Teranet-National Bank)가 한 달 전보다 0.51% 오르며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캘거리는 1년 전보다 집값이 7.6% 올랐고, 퀘벡은 4.1%, 에드먼턴은 2.2% 상승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15%가량 집값이 폭락했다. 하지만 최근 이민자가 크게 늘고 이들이 주택구입에 나서면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월 외국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영국 런던의 주택가. [연합뉴스=EPA]

영국 런던의 주택가. [연합뉴스=EPA]

지난달 호주의 주택가격지수인 코어로직 인덱스(HVI) 역시 한 달 전보다 0.5% 상승했다. 이 지수는 3월에도 0.5%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해 5월부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열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0.10→3.50%)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호주 주택가격(코어로직 기준)은 9.1%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집집이 반등 조짐을 보인 것이다. 호주 역시 최근 이민자 수가 급증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코어로직의 연구 책임자인 팀 로리스는 “호주의 주택 시장이 변곡점을 통과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특히 해외 이민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 금리가 안정돼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거의 끝났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도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의 주요 도시 집값 역시 반등했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지수(HPI)는 지난 3월 한 달 전보다 1.6%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3.1% 올랐다. 코어로직의 예측에 따르면 4월에는 전월보다 0.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CNBC는 “신규 주택 매물이 급감하면서 많은 집들이 매도호가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가 한 달 전보다 9.6% 늘어난 68만3000가구로 2022년 3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당장 집값의 급격한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경기 침체, 고금리 유지 등 여전히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코어로직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택 가격은 올해 후반에나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올해 하반기 미국 집값이 1년 전보다 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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