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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33) 참모를 의심한 원소는 패하고, 믿어준 조조는 승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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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7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관도를 향해 진격했습니다. 조조도 7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전풍이 출정하는 원소에게 글로 간청했습니다. 천시(天時)를 기다릴 때이니 가볍게 대군을 움직이면 불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봉기가 전풍을 헐뜯었습니다. 원소는 전풍을 더 미워하며 조조를 쳐부순 후 죄를 묻겠다고 했습니다.

원소군이 양무(陽武)에 이르러 영채와 방책을 세웠는데 온 들판이 칼과 창으로 숲을 이뤘습니다. 저수가 조조군은 군량이 모자라고 우리는 넉넉하니 지구전을 펴면 제풀에 무너질 것이라는 계책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원소가 노발대발했습니다.

우유부단함에 패한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우유부단함에 패한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전풍이 우리 군사의 사기를 꺾어 놓아 내 돌아가는 날 꼭 죽일 작정인데 네가 어찌 감히 또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내 조조를 쳐부순 다음 전풍과 함께 네 죄를 다스리겠다!

저수도 군중에 갇히는 꼴이 됐습니다. 조조군의 순유는 저수와 생각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속전속결을 주장했습니다. 조조도 이를 따랐습니다. 드디어 조조와 원소가 마주쳤습니다. 한바탕 설전이 펼쳐집니다.

내가 천자께 아뢰어 너를 대장군으로 만들어 줬는데 이제 무엇 때문에 반역을 꾀하느냐!

너는 한나라 승상을 사칭하고 있지만 실은 한나라의 역적이다. 죄악이 왕망과 동탁보다 더해 하늘까지 차오른 지금, 도리어 남에게 반역을 꾀한다고 무고하느냐!

내 이제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너를 토벌하겠다!

내 의대조(衣帶詔)를 받들어 역적을 토벌하겠다!

첫 싸움은 심배가 쇠뇌잡이와 궁수들을 배치한 덕분에 원소군이 이겼습니다. 원소군은 승기를 몰아 관도로 진격했습니다. 토산(土山)을 쌓고 화살로 공격했지만, 조조군은 발석차(發石車)로 공격했습니다. 원소가 굴자군(掘子軍)을 동원해 토굴을 파자, 조조는 참호를 파서 대항했습니다. 전선은 교착상태가 됐고 시간은 조조에게 불리했습니다. 조조는 군사도 지치고 군량도 떨어지자 허도로 후퇴하려고 마음먹고 순욱에게 물었습니다. 순욱의 답장은 ‘절대사수’였습니다.

‘이것은 천하를 얻을 수 있는 큰 기회입니다. 공께서는 경계선을 지키면서 중요 길목을 틀어쥐고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진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열세에 처하면 반드시 변고가 생길 것입니다. 이때가 기병(奇兵)을 쓸 때이니 결단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잘 살펴서 판단하소서.’

조조는 순욱의 편지에 힘입어 관도를 사수합니다. 원소군의 한맹이 운반하던 군수물자를 태워버리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조조도 군량이 바닥나서 곤궁에 처했습니다. 허도의 순욱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전령이 원소군에게 잡혔습니다. 원소의 모사인 허유가 이것을 알고 원소에게 고했습니다. 조조군의 군량이 바닥났으니 군사를 나누어 허도를 함께 공격하면 대승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원소는 허유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조조는 속임수가 극히 많다. 이 편지는 바로 적을 유인하려는 계략일 것이다.

이때, 업성에서 군량을 총괄하던 심배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편지에는 허유가 아들, 조카와 함께 기주(冀州) 백성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겨 착복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습니다. 원소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너는 조조의 옛 친구이니 지금도 그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그를 위해 간첩질이나 하면서 우리 군사를 속여 호려내려는 수작이더냐? 당장 목을 베야겠지만 당분간만 그 대가리를 모가지에 붙여 두는 것이니 빨리 물러가라. 다시는 네놈을 만나지도 않겠다!

허유는 한탄하며 자결하려 했으나 좌우의 말을 듣고는 조조에게 달려갔습니다. 조조는 허유가 왔다는 말에 맨발로 뛰어나와 땅바닥에 엎드려 절했습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던 때 구세주가 찾아왔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인사를 마친 후 허유가 조조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군량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1년은 버틸 만하오.

그렇지 않을 듯싶소이다.

실은 반년 치밖에 없소이다.

나는 진심으로 의탁하러 왔는데 공이 이렇게 속이니 어찌 내가 바라던 바겠소?

노여워 마시오. 내 사실대로 말하리다. 군중에 있는 양식은 실로 석 달밖에 버틸 수 없소이다.

세상이 모두 그대를 간웅이라 하더니 과연 그러하옵니다.

어찌 ‘전술에는 속임수도 쓸 수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셨소? 이달 치 양식이 다요.

나를 그만 속이시오. 양식이 다 떨어진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소.

깜짝 놀란 조조는 허유를 붙잡고 원소를 무찌를 계책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유는 원소군의 군량과 각종 물자가 있는 오소(烏巢)를 공격할 것을 알려줍니다. 조조는 장료의 의심을 다독이고 전투에 대비한 전략을 세운 후, 오소를 급습해서 원소군의 군수물자를 모조리 태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天文)을 살핀 저수가 또다시 간했지만, 원소의 화만 더욱 돋웠습니다.

조조에게 관도전투 승리를 안겨준 허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에게 관도전투 승리를 안겨준 허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귀 거슬리는 충언을 원수로 삼으니 逆耳忠言反見仇
민심 떠난 원소여! 지략도 없구나. 獨夫袁紹少機謀
오소의 군량 다 타버려 뿌리가 뽑혔거늘 烏巢粮盡根基撥
그래도 구구하게 기주 땅을 지키려는가 猶欲區區守冀州

조조는 곽도의 모함에 갈 곳이 없어 투항한 장합과 고람을 편장군(偏將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참모와 장수를 잃은 원소군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원소는 갑옷도 걸칠 사이 없이 달아났습니다. 70만 명의 대군이 8백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황하를 건너느라 몸만 빠져나갔습니다. 많은 전리품 중에는 편지들도 많았습니다. 편지는 모두 허도(許都)나 군중(軍中)에서 몰래 원소에게 보낸 것들이었습니다. 모두가 편지를 보낸 자들을 처형하라고 했지만 조조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무기를 버리고 조조에게 투항하는 장합과 고람. [출처=예슝(葉雄) 화백]

무기를 버리고 조조에게 투항하는 장합과 고람. [출처=예슝(葉雄) 화백]

막강한 원소 앞에서 나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었겠느냐?

그리고는 모두 태워버리라고 명령하고 다시는 더 거론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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