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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팬들이 김민재 대신 군사훈련 받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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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폴리 방문 중 김민재를 닮았다는 이유로 현지 축구 팬들에게 둘러싸인 정동식 심판. 정 심판은 김민재가 나폴리에 입단한 지난해부터 닮은꼴로 인기몰이 중이다. [슛포러브 유튜브 영상 캡처]

나폴리 방문 중 김민재를 닮았다는 이유로 현지 축구 팬들에게 둘러싸인 정동식 심판. 정 심판은 김민재가 나폴리에 입단한 지난해부터 닮은꼴로 인기몰이 중이다. [슛포러브 유튜브 영상 캡처]

“김민재 선수 ‘월드클래스’ 맞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웃음)”

축구 스타 김민재(27)와 판박이 외모로 유명한 정동식(43) 프로축구 K리그 심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 나폴리를 다녀온 여운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김민재의 소속팀 나폴리는 지난 5일 우디네세와의 이탈리아 세리에A 33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80을 기록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에 승점 16 앞서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김민재는 부동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정 심판은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나폴리를 방문했다.

'김민재 아닙니다. 닮은 사람입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든 정동식 심판. 장진영 기자

'김민재 아닙니다. 닮은 사람입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든 정동식 심판. 장진영 기자

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만난 정 심판은 “김민재 선수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경기를 직관하며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고 싶었다”면서 “올 시즌 나폴리 경기는 새벽에 일어나 모두 봤다. 세리에A 심판들의 판정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이탈리아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2022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상’을 수상한 정 심판은 김민재가 나폴리에 입단한 지난해부터 ‘김민재 닮은꼴’로 불렸다.

나폴리가 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무려 33년 만이다. 이미 몇 주 전부터 나폴리는 역사적인 우승을 자축하는 시민들로 축제 분위기였다. 시내 곳곳엔 나폴리의 구단 상징인 푸른 물결로 뒤덮였다. 이런 가운데 정 심판이 나타나자 나폴리는 발칵 뒤집혔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정 심판의 나폴리 방문기는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10만을 넘길 만큼 폭발적인 인기다.

나폴리를 방문한 '김민재 닮은꼴' 정동식 심판. 장진영 기자

나폴리를 방문한 '김민재 닮은꼴' 정동식 심판. 장진영 기자

정 심판은 “외모가 비슷한 탓에 나폴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시민들의 사인과 촬영 요청이 쏟아졌다”면서 “김민재가 아니라고 바로잡았는데도 ‘킴(Kim)’을 외치면서 따라왔다. 나폴리에서 김민재 선수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폴리 시내로 나가자 그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로 거리가 마비될 정도였다. 정 심판은 종이에 이탈리아어로 ‘김민재 아닙니다. 닮은 사람입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들고 다녔지만,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김민재와 외모가 판박이인 정동식(오른쪽) 심판. 사진 슛포러브 유튜브

김민재와 외모가 판박이인 정동식(오른쪽) 심판. 사진 슛포러브 유튜브

정 심판은 “한 팬이 ‘김민재 대신 당신이 한국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아라. 그렇게 해준다면 나폴리는 언제든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재 선수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타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2018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 주역인 김민재는 병역 혜택을 받아 다음 달 훈련소에 입소할 예정이다.

대학 1학년 때 프로 선수의 꿈을 접은 정 심판은 “축구 선수 시절엔 나도 스타 선수를 꿈꿨다. 그런데 심판은 조연이다”라면서 “김민재 선수 덕분에 원 없이 대리만족하고 있다. 그가 더 높은 곳에 오르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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