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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장타왕' 샷은 세밀했다…한국의 존 람,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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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 연합뉴스

정찬민. 연합뉴스

신예 프로골퍼 정찬민(24)에게선 독특한 캐릭터가 느껴진다. 다른 선수들을 평범하게 만드는 건장한 체구(신장 1m88㎝·체중 115㎏)와 폭발력 넘치는 장타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턱수염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선 보기 힘든 ‘거구의 털보’에게 동료들은 한국의 존 람(29·스페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람은 정찬민처럼 하관이 굵은 수염으로 뒤덮여있다.

정찬민은 지난해 프로 데뷔와 함께 잠재력을 뽐냈다. 317.11야드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터(m)로 환산하면 평균적으로 290m를 보낸다는 뜻이다. 3번 우드로는 300야드까지 커버한다. 이처럼 화끈한 장타력을 보유한 정찬민이 마침내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우승 감격을 누렸다.

정찬민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정상을 밟았다. 1라운드부터 마지막 날까지 여유롭게 선두를 지키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우승상금은 3억 원. 부상은 코리안 투어 5년짜리 시드와 아시안 투어 2년치 시드다. 이번 대회는 전날 3라운드 내내 거센 빗줄기가 내려 한 라운드를 취소해 54홀짜리 규모로 축소 진행됐다.

정찬민은 사실 이번 대회 출전권이 없었다. 매경오픈은 아시안 투어 공동주관이라 파이가 줄어들어 코리안 투어 시드 상위 65위까지만 티켓이 주어진다. 그런데 출전을 포기한 선수들이 생겨 72위의 정찬민에게도 기회가 왔고, 이를 마수걸이 우승으로 연결했다. 11언더파 두 타 차이 단독선두로 출발한 정찬민은 일찌감치 달아났다. 3번 홀(파3)에서 티샷을 잘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어 537야드짜리 4번 홀(파5)에서 결정적인 샷이글을 낚았다. 세컨샷이 그린 벙커로 빠졌지만, 높은 탄도의 벙커샷이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장타자는 숏게임이 약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보기 좋게 날린 한 방이었다.

타수를 잃을 뻔한 홀에서 2타를 줄인 정찬민. 이후부턴 거침없는 플레이가 계속됐다. 3개 홀을 안전하게 파로 지키다가 파4 8번 홀과 파5 9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여기에서 김비오(33)와 아마추어 송민혁(19)을 6타 차이로 따돌리며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이어 백나인을 모두 파로 막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정환(32)과 한국체대 1학년 송민혁은 10언더파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찬민은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해서 정말 좋았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라 더 뜻깊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그동안 퍼트 고민이 많았다. 데이터를 분석해 스트로크와 스피드, 터치감을 수정했다. 퍼트가 좋아지니까 샷에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정찬민은 “주위에서 ‘존 람 아니냐?’고 하더라.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존 람하고 우연히 사진을 찍고 보니 정말 똑같더라. 앞으로도 수염이 더 덥수룩해지지 않는 선에서 길이 조절만 하며 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부산 아시아드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1991 레이디스 오픈에선 박보겸(25)이 7언더파 137타로 정상을 밟았다. 2021년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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