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길 뚫어도 감감… 中 신에너지차 다크호스 ‘호존’, IPO 완주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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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전기차가 대세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반도체 수급난으로 침체를 겪었던 순간도 잠시, 전기차,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지속하고 있다.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차량부터 스포츠카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거기에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지니 안 살 이유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도 신에너지차 트렌드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대세를 이끄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생산·판매량 모두 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글로벌 신에너지차 판매량 10위 중 1위를 차지한 곳은 중국의 비야디(BYD·比亚迪)다(SNE리서치). 지리 자동차(Geely Auto),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Motor), 창안자동차(長安汽車) 등 중국 기업 3곳도 함께 순위에 오르는 등 중국은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세를 따른 신에너지 차 기업들은 속속 상장에 나섰다. 전기차 삼대장이라 불리는 웨이샤오리는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한 지 오래다. 그런데 여기, 자금이 두둑한데도 상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전기차 브랜드 ‘너자’(哪吒·NETA)를 만든 호존(HOZON·合眾汽車)이다.

사진 HOZON AUTO 공식 홈페이지

사진 HOZON AUTO 공식 홈페이지

호존이 기업공개(IPO) 소식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2022년 2월, 호존은 20억 위안(3898억 6000만 원) 이상의 신규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주요 투자기관은 중국중처(中國中車·CRRC) 산하 중처기금(中車基金)과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선전시혁신투자그룹(SCGC ·深創投)이다.

이에 앞서 호존은 2021년 10월 40억 위안(약 7804억 8000만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통해 1차 클로징을 마쳤다. 당시 중국 인터넷 보안 업체인 360그룹(360集團)이 20억 위안(3902억 6000만 원)을 투입해 투자를 주도했으며, CCB 인터내셔널(CCB International·建銀國際)과 중신증권(中信証券投資·CITIC Securities) 등이 참여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CATL(寧德時代)과 공식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360, CATL, BAIC Capital(北汽產投)으로부터 약 20억 위안에 달하는 시리즈 D 2차 투자를 유치했다.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잇달아 유치한 호존. 2023 글로벌 유니콘 386위 등극에 이어 기업 가치는 180억 위안(약 3조 4581억 원)으로 평가됐다.

🚘신에너지차 붐에 탄생한 호존,
2020년까지 성과 ‘미미’

호존은 2014년 설립된 기업으로 2017년 4월 순수전기차 생산 자격을 획득했다. 2018년에는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를 출범, 같은 해 말 첫 순수 전기 SUV ‘너자N01’을 양산했다. 중국 전기차 삼대장(웨이라이-샤오펑-리샹)과 비교했을 때 너자가 출시한 차량 모델은 주로 10만 위안(1950만 원)대로 저가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존(HOZON)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哪吒)의 첫 모델, ‘너자 N01’. 54qb

호존(HOZON)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哪吒)의 첫 모델, ‘너자 N01’. 54qb

웨이라이(蔚来·NIO), 샤오펑(小鹏·Xpeng), 리샹(理相)에 비해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너자는 2021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온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너자는 브랜드 가치, 자금조달, 판매량 등 여러 분야에서 신에너지차 제조업체들과 격차를 보였다. 2021년에는 이 비중이 조금 달라진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너자의 누적 인도량은 6만 9174대로 전년 동기보다 361.7% 증가했다. 2022년 누적 인도량은 15만 73대로 집계됐다.

호존은 매출 증가와 함께 360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 CATL과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그룹 이미지 쇄신에 힘을 더한다. 호존은 2023년까지 총 30만 대의 차량을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삼대장에 밀린 호존의 너자,
소프트웨어 그룹과 배터리 기업 덕분에 매출 UP

2020년 즈음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이 업계 톱 자리를 공고히 하며 어느 정도 서열이 정리되자, 자본시장에서도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행렬이 이어졌다. 너자와 같은 나머지 브랜드는 열악한 자본력 때문에 전기차 삼대장에 더욱 밀리게 되었다. 전기차 삼대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360그룹의 출현은 너자를 비롯한 호존에 큰 힘이 되었다. 360그룹은 하드웨어에 강점이 없는 만큼 투자를 통해 스마트 신에너지차 시장에 진입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한때 신에너지차 붐이 일었을 때는 중국에 100여 개 신에너지차 세력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다만 양산·인도까지 마친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 속, 360그룹은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주요 세력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상대적으로 기술력 좋은(양산까지 완료한) 너자, 즉 호존에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 너자(哪吒)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 너자(哪吒)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21년 5월, 360그룹은 두 차례에 걸쳐 너자에 투자한다. 누적 투자금은 29억 위안(5642억 2400만 원)이다. 이로써 360그룹은 너자의 주식 16.594%를 보유하며 ‘제2대(大) 주주’로 올라선다.

2021년 11월 8일,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배터리 강자 CATL은 너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CATL은 시리즈 D 2차 투자를 마쳤으며, 앞으로 너자와 함께 기술 연구 개발과 공급망 보장과 관련된 포괄적인 협력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CATL은 중국의 선두 배터리 업체로서 지난 2년간 신에너지차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너자의 경우 CATL이 처음으로 ‘자동차 제조 신(新)세력’에 투자한 사례이기 때문에 한동안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360그룹이나 CATL과 같은 업계 거인들이 잇달아 너자 자금 길을 뚫어주자, 관련 시장에서 너자와 호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너자, ‘다크호스’로 급부상
반격 성공할까

2021년, 너자의 자동차 인도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덕분에 자동차 제조 신세력 중 월간 판매량 기준 TOP3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기차 삼대장과 달리, 너자의 주요 차량 모델은 여전히 중저가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브랜드 파워, 수익성, 시장인지도 등에서 업계 톱 기업들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산업은 자금이 대량 투입되는 데 비해 수익 주기가 길어 너자가 대기업의 자금 혜택을 받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적자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너자를 품은 호존은 IPO를 통해 위축된 재정 상황을 풀어 연구개발에 속도를 올린다는 속셈이다.

지난 4월 25일 개최한 상하이 오토쇼에서 방문객들이 너자 GT 쇼카를 구경하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 4월 25일 개최한 상하이 오토쇼에서 방문객들이 너자 GT 쇼카를 구경하고 있다. 신화통신

360그룹에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너자의 매출액은 12억 9700만 위안(2527억 4639만 원)이며 13억 2100만 위안(2574억 2327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은 16억 3200만 위안(3180억 2784만 원), 순손실은 6억 9300만 위안(1350억 449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2020년부터 호존이 상장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지속해서 보도되었다. 특히 2022년 초에는 호존이 이미 홍콩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호존의 적자 규모가 중국 차 삼대장보다 적은 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제품 포지셔닝 및 가격이 낮고,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브랜드 및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너자의 숙제”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2022년 출시한 스마트 스포츠 쿠페 ‘너자S’. 너자(哪吒) 공식 홈페이지

2022년 출시한 스마트 스포츠 쿠페 ‘너자S’. 너자(哪吒) 공식 홈페이지

너자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만 위안’ 규모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 스마트 스포츠 쿠페 ‘너자 S’ 출시했는데, 가격은 20만 2800위안(약 3883만 원)부터 34만 1800위안(약 6545만 원)으로 형성됐다.

너자S는 호존의 산하이(山海)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순수 전기(BEV) 및 레인지 인스텐더(EREV) 모델로 출시됐다. 너자가 자체 개발한 ‘톈궁(天工)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안전 ▲열관리 시스템 ▲스마트 클라우드 관리 등에 중점을 둔 스마트카로 알려졌다.

너자는 지난 4월 총 1만 1080대의 차량을 인도했으며 그중 ‘너자S’는 2237대가 인도됐다.

지난 4월 개최된 2023 상하이 오토쇼에서 너자는 첫 2도어 4인승 순수 전기 스포츠카, 너자GT를 공식 출시했다. 가격은 17만 8800위안부터 22만 6800위안으로, 올 상반기 출시됐다. 너자 GT는 자율주행을 위한 정보처리능력과 연산 능력이 뛰어나도록 설계된 호라이즌 로보틱스의 ‘Journey 5’칩을 장착한다. 지난 4월 너자GT는 총 295가 인도됐다.

2023년 출시한 첫 2도어 4인승 순수 전기 스포츠카 ‘너자GT’. 너자(哪吒)공식 홈페이지

2023년 출시한 첫 2도어 4인승 순수 전기 스포츠카 ‘너자GT’. 너자(哪吒)공식 홈페이지

“우리 회사 차는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닙니다”

팡윈저우(方運舟) 호존 CEO가 호존의 자동차를 표현하는 말이다. 실제로 니오와 비교했을 때 너자는 6~10만 위안(1163만 9400~1939만 6000원)대와 10~15만 위안(1939만 6000~2908만 9500원) 대 모델이 여전히 주를 이룬다. 여타 브랜드의 비싼 모델과 달리 ‘서민’을 위한 전기차란 소리다.

팡윈저우는 호존이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스마트한 전기차’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강조한다. 호존 산하 브랜드 너자자동차는 2018년 출시 이후 10만 대 이상 팔렸으며, 단 한 대도 화재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리콜된 모델도 없다.

“중국 자동차 업계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고 말하는 팡윈저우. 그가 이끄는 호존이 IPO에 성공해 ‘서민을 위한 스마트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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