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창한 미모의 북한 유튜버 등장…北 전략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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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기자

여고생들과 함께 북한 함흥예술학원 입성. 유튜브 계정 ‘New DPRK’ 캡처

북한의 언론자유 수준이 올해도 세계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유튜브 등을 활용한 북한 당국의 온라인 선전선동이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정보전, 정보공작 전문가인 윤민우 가천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선전선동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오기 시작한 북한 여성과 북한 여자아이의 일상생활 영상은 이전 선전선동 영상보다 완성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2020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New DPRK라는 온라인 선전선동이 굉장히 촌스러웠다”며 “근데 유미, 송아 등 유튜버가 나오면서 굉장히 세련된 형태로 갑자기 돌변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여성 유튜버를 앞세워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영상을 꾸미고 있다.

북한 유튜버 연미. 사진 비리비리 영상캡처

중국어를 구사하는 북한 유튜버 ‘연미(燕美)’는 첫 영상을 통해 만두를 빚었고 이어 분홍색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평양의 봄을 소개했다.

이는 노골적인 선전선동 방식에서 벗어나 중산층이면서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을 동원해 북한의 체제 선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독자층을 더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엄격히 제한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통일전선부의 문화교류국이 최고 지도부의 전략적 지시에 따라 해당 계정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우선 한국 대중을 겨냥하고 나아가서는 북미, 유럽, 남미 등 지역의 교포 사회와 외국인까지 겨냥해 북한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심기 위한 것”이라며 “각국 정부, 언론, 국제사회의 북한 관련 평가와 비판에 대한 음모론적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여론을 양극화시키고 주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북한 유튜버 연미(Yonmi)가 직접 요리를 하는 영상이 북한 유튜브 NEW DPRK에 게재됐다. 영상 속 유튜버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윤 교수는 “(영상은) 굉장히 자유롭고 조금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좀 못 사는 유럽 국가하고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며 “그런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한국 같은 경우에는 여론을 양극화시키는 갈라치기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북한이 외부선전용 영상을 한층 더 세련되게 제작할 아이디어를 얻고 한국산 콘텐트의 인기 상승에 편승하기 위해 한국의 영상을 참고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교수는 또 북한 당국은 이러한 영상을 내부 주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봤을 때 한국이 잘 사는 것은 큰 충격이 없지만, 평양에 사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불고기 먹방 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北유튜브, 3년간 900만원 수익”…외화벌이 수단으론 역부족

북한 소녀의 어머니날 소원. 유튜브 계정 ‘New DPRK’

RFA는 북한 유튜브 계정 ‘New DPRK’의 수익창출 여부를 알 수 있는 ‘원시코드’에 따르면 이 계정이 월 50달러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고 예상했다.

RFA가 언급한 계정에는 여자 어린이 리수진(Risujin),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연미(Yonmi) 등 북한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11일 첫 동영상을 게재한 뒤로 현재까지 2만5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2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는 동영상 조회 수가 1000회를 달성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금을 3달러로 추정하면서 지난 3년간 이 계정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약 6700달러(약 890만7000원)로 추정했다고 RFA는 전했다.

다만 RFA는 북한이 유튜브를 통한 수익 가능성을 인지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특정 영상 외에는 조회 수가 미미해 북한이 본격적인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할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채널은 약관 위반 등 문제만 없다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한편 유엔 측은 북한 유튜브의 수익 창출이 대북제재 위반인지를 묻는 RFA에 질의에 “해당 계정들의 제재 위반 여부를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